얼마 전 어느 목사님이 너싱홈(Nursing Home)으로 설교를 하러 간다며 동행하자고 해서 간 적이 있다. 와이키키 앞 바다가 보이는 전망이 좋은 곳이었다. 조용하고 조경이 잘 되어있어 자녀들이 찾아오기 좋게 만들었다며 한달 비용이 5천달러라고 목사님이 넌지시 알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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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토시코)가 큰 아들(준페이)의 기일을 맞아 음식을 준비하고 있다. 그런데 아버지(쿄헤이)는 집을 나와 혼자서 어디론가 걸어간다. 그리고 아버지는 바닷가에 도착해서 먼 바다를 바라본다. 한편 주인공 료타는 아내 유카리와 아들 아츠시와 함께 기차를 타고 부모님 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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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 소설이 영화가 될 수도 있다는 생각을 염두에 두고 쓰는 작가들이 있다는 말을 들은 적 있다. 영화로 제작되어 성공하면 여러모로 좋은 거고, 아니면 단행본을 출간한 것으로 만족하면 되니 크게 손해 볼 일은 없는 것이다. 그 강의를 들을 땐 그런가 보다 하고 심드렁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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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젠가부터 텍사스가 북적이기 시작했다. 가는 곳 마다 길 공사 중이 아닌 곳이 없고, 아파트와 집들이 우후죽순으로 들어서고, 타주에서 온 차 번호판들이 물결치고, 어마어마한 화물들이 줄을 잇고, 스토리지 빌딩들은 “보관할 공간이 더 필요한가요?” 하며 끊임없이 묻고 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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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42년 네덜란드 암스테르담, 안네가 한나의 집으로 가서 함께 공원에 놀러 가자고 말한다. 이에 한나가 난 가비를 돌봐야 하기 때문에 지금 밖으로 나갈 수 없다고 말하자, 안네가 가비는 침대에 눕혀두면 되잖아 하고 말한다. 그리고 두 사람은 공원에서 공놀이를 하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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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탄 부뚜막에서 구워주시던 할머니표 ‘따듯한 운동화’가 그리운 계절이다. 이미 까마득하게 지났지만 이맘때만 되면 마음시린 병이 도진다.새벽하늘을 올려다보았다. 깊고 푸른 암청색 하늘에 아기의 첫 손톱을 자른 것 같은 가느리하고 예쁜, 하얀 손톱달이 떠있다. 한 뼘 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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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이티는 엄마가 돌아가시고 아빠 잭과 함께 살고 있다. 그런데, 그녀는 희귀병인 색소성 건피증(XP)에 걸려서 햇빛을 볼 수가 없었다. 즉, 이 병은 햇빛이 피부에 닿으면 죽을 수도 있었다. 그래서 그녀는 항상 집에만 있었고, 자신이 좋아하는 기타와 노래를 부르면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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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만 생각하고 반만 연연하자 “꽃이 또 한 송이 피었네!” 요즘 우리 부부는 꽃을 보는 낙으로 사는 것 같다. 퇴근하고 돌아오니 먼저 온 남편이 화분을 들고 쫓아왔다. 주황색 꽃이라도 삼킨 듯 얼굴과 목소리에 온통 화색이 돈다. 우리가 보내는 사랑과 호감의 눈빛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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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씨가 후덥지근하죠?” “하와이 날씨죠. 그래도 바람이 불어서 다행이예요.” K여사는 하와이에 와서 처음 만난 이웃이다. ‘이 분은 한국사람이구나’하고 금방 알아보았는데 뽀글뽀글한 파마머리, 시원한 모시느낌의 잠방이, 후덕스런 얼굴 등 외면상의 느낌도 있었지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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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5년 가을, 조안나는 친구 제니가 있는 뉴욕을 방문했다가 당분간 그녀의 아파트에 머무르기로 결정하고 직장을 찾게 된다. 그런데 조안나는 영국에서 유학할 때, 자신이 쓴 시가 파리리뷰에 선정되면서 작가가 되는 꿈을 꾸었던 것이다. 그래서 조안나는 출판사 같은 곳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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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가 시작된 지 열흘이 지났다. 2021년 문턱을 넘어 2022년으로 넘어왔으나 내 일상은 딱히 달라진 게 없다. 여전히 분주하고 24시간이 모자를 만큼 바쁘다. 새해에는 일을 줄여보리라 작심했건만 사흘을 넘기지 못했다. 일이 줄어들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어딜 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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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임인년 새해가 밝아왔다. 세월은 참으로 냉정해서 젊은시절엔 그렇게 더디 가던 시간이 나이가 들수록 초 가속도가 붙는 걸 느낀다. 봄인가 싶으면 여름이고, 가을을 느낄 사이도 없이 추수감사절이 지나면 한 해의 끝에 와 있곤 한다. 지난해 “행복하소” 하며 새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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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 6시. 아침이 열리기 전. 희뿌연 구름사이를 하현달이 들고나며 간다. 가만히 서서 보는데도 하얗게 맑은 달 혼자서 하늘 길을 부지런히 가고 있다. ‘21년 막달과 새해 첫날의 배톤 터치를 축하하려는 걸까. 초여름 같은 기온에 앞뜰의 철쭉과 희고 붉은 장미꽃들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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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2차 세계대전 당시 폴란드 유대인 지역 게토에 사는 제이콥은 어느 날 바람에 날리는 신문지를 잡으려 다니다가 독일군 보초병에게 걸려서 담당 장교의 사무실로 불려간다. 그런데 제이콥은 그의 사무실에 있는 라디오에서 나오는 뉴스를 듣게 되는데, 소련군이 게토에서 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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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작이 있으면 끝이 있다. 꽃도 피었으니까 지는 것이다. 늦은 가을걷이를 했다. 떡잎으로 시작되었을 옆집 능소화가 담장을 넘어와 흐드러지게 아름다운 여름을 주고 갔다. 얼마나 반가우면 매일 한 뼘씩 다가와 환하게 인사를 했던 걸까. 거침없이 내딛던 행보가 부러웠다. 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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