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칼럼
[박혜자의 세상 엿보기 (peek through the window)] ‘공정과 상식’의 새해가 되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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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임인년 새해가 밝아왔다. 세월은 참으로 냉정해서 젊은시절엔 그렇게 더디 가던 시간이 나이가 들수록 초 가속도가 붙는 걸 느낀다. 봄인가 싶으면 여름이고, 가을을 느낄 사이도 없이 추수감사절이 지나면 한 해의 끝에 와 있곤 한다. 지난해 “행복하소” 하며 새해 덕담을 나눈게 엊그제 같은데, 이제는 달력마다 귀엽게 생긴 호랑이들이 웃고 있다.
요즘 한국의 최대 화제는 내년 3월로 예정된 대선이다. 지난 10월에 민주당이 먼저 후보를 뽑고 나서 야당인 국민의힘 당도 정권교체의 열망을 안고 대선 후보를 내놓았다. 말도 많고 탈도 많은 대선이 시작된 것이다.
사실 미국에 살면서부턴 한국 대선에 관심을 가져본 적이 별로 없다. 투표권이 없는 재외동포의 한계이기도 하겠지만, 그간은 누가 되든 우리 생활에 직접적인 영향은 없다고 여겼기 때문이다.
하지만 근래엔 이중국적 문제를 위시하여, 재외동포에 대한 정책이 정권마다 바뀌기도 해서 아주 무관한 것도 아니게 되었다. 어쨌든 해외에서 살지만 선진조국의 미래를 위해서 대선이 중요한 의미를 지니고 있는 것만큼은 분명하다.
또한 한국 선거는 매우 다이내믹해서 마치 경기를 관전하는 것처럼 흥미롭다. 시시각각 변하는 그날의 이슈와 각종 매체에서 쏟아져 나오는 후보자들에 대한 정보와 말, 말, 말들 때문에 어떤 유권자들은 시니컬하게 코미디프로보다 더 재미있다고 말한다.
상대후보에 대한 네가티브 공세도 공세려니와 예전과 달리 시사전문 유튜브 방송이 많아지면서, 그곳에 달린 수백개의 댓글들이 민심을 대변하기도 한다.
그러다보니 여론조사 결과가 수시로 출렁거리고, 악재가 하나씩 보도될 때마다 희비가 엇갈리고, 팩트체크를 하며 사과와 공격을 반복한다. 그래도 시민의식이 높아진 탓인지, 이제는 출신당보다는 후보가 지닌 자질이나 능력을 더 우선으로 보겠다는 유권자가 많아진 것 같다.
국회의사당을 아수라장으로 만든 도널드 트럼프 지지자들을 떠올리면, 고국의 대선도 어쨌든 유권자들의 현명한 선택이 있기만을 바랄 뿐이다.
특히 ‘공정과 상식’을 출마의 변으로 내세운 정치신인 야당후보의 정치력이 연일 심판대 위에 오르고 있다.
검찰총장이었던 그가 현 정부의 부동산정책 실패를 등에 업고 등장할 때만 해도, 야권에서는 숨만 잘 쉬어도 당선은 따 놓은 당상이라고 했는데, 지금은 상황이 완전히 역전되었다.
무엇보다 그의 상징자본이었던 ‘공정과 상식’이 퇴색되어버렸기 때문이다. 부인의 수많은 허위이력 의혹과 처가의 불법 투기는 묻어두고, 남에게만 서릿발 같이 대었던 그의 잣대가 국민들 눈에는 상식적으로 맞지 않았을 뿐 아니라, 불공정하게 비쳐졌기 때문이다.
몇 년 전 세계적인 베스트셀러였던 마이클샌델의 ‘정의란 무엇인가’가 유달리 한국에서 폭발적인 관심을 받은 데에는 다 이유가 있다. 그만큼 비상식적이고 정의에 목마른 사회였기 때문이다.
‘부모도 빽’이란 말을 서슴없이 하고, 인맥이나 학벌이 거미줄처럼 촘촘히 연결된 사회에서 돈도 없고, 빽도 없는 이른바 ‘흙수저’들은 20대에 이미 취업, 결혼, 출산을 포기한 ‘3포 시대’를 살며, 불공정과 비상식의 피해자가 될 수밖에 없는 구조인 것이다.
그러나 한국 사회를 리드하는 기득권들의 행태를 보면 ‘공정과 상식’은 먼 나라 얘기일 뿐 그들과는 상관이 없는 단어처럼 보인다.
야당후보 부인은 공개사과에서 그저 좀 잘 보이려고, 돋보이려고, 이력을 부풀리고, 허위로 기재했다고 한다. 더 한심한 것은 후보의 변이다. 대학의 겸임교수는 이력서를 보고 뽑는 것이 아니라고 한다. 이미 내정된 상태라는 뜻이다. 그 말에 수많은 대학 강사들이 분개한 것은 너무나 당연한 일이다.
이런 일이 비일비재한 사회라면, 누가 애써서 열심히 노력을 하겠는가… 하여 불공정한 방법으로 무엇을 얻고자 하는 이들은 처절하게 자신을 되돌아봐야 한다. 남의 기회를 뺏고, 남의 노력과 성실을 무위로 돌아가게 만들고, 무엇보다 경쟁자들을 의욕상실자로 만드는 건 범죄보다 더 나쁜 행위라는 것을.
공정은 공평하고 올바르다는 뜻이다. 큰아이가 초등학교 다닐 때 수업참관에 간적이 있다. 아이들이 둥그렇게 앉아 무슨 게임을 했는데, 선생님은 누가 잘하고 못하고를 떠나 한 아이도 빠지지 않고 순서가 제대로 돌아갔는지를 몇 번이고 물었다.
나는 그 광경을 보며 ‘미국식 공정과 평등은 이렇게 만들어지는구나’ 하고 감탄을 했다. 반면 우리들은 누구를 만나면, 나이부터 조사를 해서, 누가 우위인가를 결정하고 나서 호칭부터 서열을 정하는 경우가 많다.
물론 호칭 뿐만이 아니다. 그러니 이곳까지 와서도 이렇게 얽히고 저렇게 얽혀 누구를 공평하게 대한다는 것이 불공평하게 대하는 것 보다 더 어려워 보인다.
2022년 새해는 흑범띠 해이다. 그림책에서라도 흑범은 본적이 없어 상상의 호랑이가 아닐까 싶은데, 아무튼 호랑이는 용감하고 도전을 좋아하며, 모험적인 동물이다. 그래서 호랑이띠성격은 대부분 적극적이고, 정의감이 뛰어나고, 의지가 강하다고 한다.
주변에 있는 호랑이띠 지인들을 생각해보니 과연 그런 것 같기도 하다. 무엇보다 장기간 지속된 코로나 19로 인해 지쳐가고 있는 이즈음, 호랑이의 용감하고 날쌘 에너지가 훅훅 들어와 하루 빨리 역병이 물러가고, 모든 곳에서 공정과 상식의 새해가 되기를 바래본다.
박혜자
미주 작가 / 칼럼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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