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칼럼
고향을 돌아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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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부부는 코로나 19 팬데믹에서 조금 풀려나려는 즈음 오레곤 주 포트랜드에사는 막내아들 집에 가서 놀다가 내친 김에 20여년간 살았다 할 수 있는 달라스로 향했다.
달라스는 한국을 떠나 미국 이민의 첫 발이면서 제2의 고향이라고 할 수 있는 정착지였다. 그 곳에는 우리 엄마가 달라스 지역 한 가운데 있는 롬바르디 천주교 묘지에 잠들어 계시고 개스 스테이션을 하는 막냇동생과 오클라호마에서 도넛샾을 하는 셋째동생이 살고 있다. 어머니의 묘소가 있고 내 피붙이들이 사는 그 곳은 내 고향이다.
그 뿐 아니라 달라스의 주간지인 KTN에는 오래 전부터 내 글이 실리고 있어서 내가 달라스에 현재도 살고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다.
KTN은 달라스 지역 유력한 미디어로 한인사회에 온갖 정보를 제공하고 있는 미주 사회에서도 영향력 있는 신문이다. 이런 신문에 내 글이 연재되는 일은 영광스런 일이다.
그리고 그 곳에는 달라스가 배출한 소설가 손용상 작가(KTN 논설위원 겸 한솔문학 발행인)가 건재하고 있다. 그는 발이 넓어 국내외를 아우르는 전국구 작가로서 많은 유명 문인들과 끊임없는 연결고리를 만들어가면서, 문학의 변방이었던 달라스의 위상을 세우고 있다.
“김수자의 글을 읽는 사람이 있어요”라는 손작가의 말에 힘입어 ‘하와이에서 생긴 일’을 연재한 것은 고향 사람들에게 태평양 한 가운데 수석처럼 떠있는 하와이 섬에 대한 숨은 이야기를 들려주고 싶어서였다.
비행기가 1시간이나 지연되어 동생 집에는 12시가 넘어서 도착했더니 막내올케가 부억에서 분주하다. “누나, 웬 밤중에 도착해서 귀찮게해요.” 동생이 투덜거렸다. 형제 간에는 ‘예의’가 빠진다. “라면 끓여, 라면.” 동생이 말하자 “라면은 무슨, 큰 손님 오셨는데.” 올케가 대답하며 뜨끈한 만두국과 과일을 계속 내왔다. 재택근무 하는 약사 조카 유진이가 합세하여 오밤중에 포도주를 들었다.
다음날 “카톡 카톡” 손용상 작가로부터 ‘뚝배기’식당으로 오라는 전갈이 왔다. 남편이 얘기했다. 달라스에서 만나는 분들께 식사대접은 우리가 하자고. 그런데 그렇게 할 수가 없었다.
첫날 만남은 손 작가와 부인 조석진, 닥터 조진태 조수인 부부, 이관용 ‘한솔문학’ 고문, 그리고 채윤정 회계사와의 만남이었다.
손 작가의 부인 조석진 씨는 밝고 명랑한 모습이 변하지 않았다. 닥터 조진태 조수윤 부부는 나이를 잊은 듯 동안이었고, ‘자연주의’ 내용으로 하는 책 번역이 끝나서 곧 출판된다는 소식을 전했다. 이관용 한솔문학 고문께서는 늘 밥값을 내시는 분인데, 이번에는 채윤정 회계사에게 양보하고 말았다. 그런가 하면 달라스 한인사회 최초 달라스 시 판사였던 채동배 변호사의 타계소식과 함께 몇몇 올드 타이머들의 타계소식에 숙연해지기도 했다.
둘째 날에는 안자영 씨 부부, 황세오 선생님, 박일윤 사장님, 이진영 목사님, 박영남 장로님을 만났고, 주말에는 또 다시 손용상 작가 부부와 함께 정든 옛 달라스 문학회원들을 만났다. ‘섞인 사람들’의 저자 백수길 님, 해외작가 최초의 ‘편운문학상’과 ‘윤동주 서시 해외작가상’을 수상하여 달라스를 빛낸 김미희 시인과 달라스의 유일한 사진작가 김선하 님을 만났다. 모두들 지난날 보다야 늙었지만 편안한 노후를 보내고 있어서 안심이 되었디. 김정숙 아동문학가와 킬린에 살고 있는 최정임 작가와는 전화통화만 했는데 목소리로 건재를 감지할 수 있었다.
밥집의 인심도 여전했다. 내가 좋아하던 ‘소공동 순두부(현 초당 순두부)’의 예쁘신 여사장님 손맛은 변치 않았고 여전히 옛날 맛을 내고 있었다.
“별로 변하지 않으셨어요.” “순두부의 맛도 변하지 않았네요.” 우리는 이렇게 인사했다. KTN의 박은영 부국장님도 만나고 싶었고, 또 옛날에 알았던 여러 그리운 사람들도 만나고 싶었는데… Round ticket이 문제였다.
달라스는 4년 전 방문 때보다 더 많은 고가도로가 사방으로 이어져 길을 나서면 공중부양 하는 느낌이었다. 팽창에 팽창을 거듭하는 텍사스는 임신중절 반대의 기치가 높은 골수분자들이 사는 곳이다. 나는 그 고집스런 텍사스, 그 중에서도 제2의 고향인 달라스를 늘 그리워하며 산다.
김수자
하와이 거주 /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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