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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칼럼

인공 비치 와이키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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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DKNET
문화 댓글 0건 조회 3,017회 작성일 21-06-04 09: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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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 깨러 나갈까? 세수 하고 오게.”

상필이 흘러내린 담요를 소파에 올리며 한 숨 더 잘까 하고 있는데 레이 아빠가 내려다보며 말했다.

“제가 여기 소파에서 잤나요?” / “자네 술 마시면 고집불통이 되더군.”

상필은 간밤의 일이, ‘하와이는 사기다. 좋은 것 하나도 없다’고 떠벌리던 일이 또렸히 떠 올랐다. 술에 취해서 모른다고 할 수가 없었다. 레이 아버지가 간밤의 일에 대해 묻는다면 변명하지 않겠다고 맘 먹는다. 레이 아버지 로버트 교수가 차고에서 빨간 오픈카를 내오며 상필에게 타라고 했다. 둘은 아직 새벽이 열리지 않아 어둑한 길을 달려나갔다. 

“아, 맑은 공기, 바람, 정말 좋아요. 이 맛에 오픈카를 타는 모양이지요? 72번 국도에 들어섰네요. 레이와 달려봤어요.”

“우린 지금 마카푸우 포인트로 가고 있어. 오하우의 동쪽 끝, 거기서 일출을 보기로 하지.”

“일출요?” 

“하와이의 본질은 자연에 있는 거야. 하와이 사람들은 맑은 공기와 청량한 물과 바람 땅 나무 이런 것을 신으로부터 받은 거라고 믿고 있어. 그래서 자연을 훼손하는 일에 아주 민감해.” 

차가 왼편으로 높은 산이 성벽처럼 버티고 섰고 오른쪽으로는 검은 바다가 출렁이는 사이를 빠져나갔다. 15분쯤 달렸을까. 널따란 파킹장에 차를 세웠다.

“여기서부터 한 3킬로쯤 걸어야 해.” 로버트 교수가 차에서 등산화를 꺼내어 상필에게 바꿔 신으라고 했다.

“괜찮습니다. 높은 산도 아닌데요. 전 이 운동화로 충분합니다.”

마카푸우 트레일 코스는 경사가 완만하고 잘 정리되어있어 걷기에 편했다.

“하와이의 역사를 좀 드려다 보았나?”

“레이가 많이 가르쳐주었어요. 카우아이 섬과 니하우 섬을 돌면서요.”

“하와이 섬은 1,500년 전부터 사람들이 살고 있었단 말야. 아주 풍족하게. 서구인들이 보기에는 뒤떨어진 문명사회라고 여겼지만 ‘하와이 신화’의 저자 윌리엄 웨스터벨트(William D. Westervelt 1849-1939)씨의 말대로 ‘하와이안들은 집 짓기나 농사를 위해 새로운 것을 배울 필요가 없었고 연장이나 무기를 만들 필요가 없었다’는 것이지. 그들은 그들의 방식이 사는데 전혀 불편이 없었기 때문에 옛날 방식을 계승하면서 살았단 말야. 그러다가 카메하메하 1세가 1810년 하와이 여러 섬을 통일하여 통일왕국을 세우고 1893년 망 할 때가지 8왕 98년 안 왕국이 지속되었지. 그 후 하와이는 미국에 종속되어 미국의 50개 주에 포함되었지. 한국은 일본의 식민치하에서 몇 년을 살았지?” / “네?  36년요.”

“잘 아네. 한국사람들의 일본에 대한 감정을 이해한다면 하와이 원주민들이 미국인으로 살면서 자국, 미국에 갖는 감정을 이해할 수 있을까?”

로버트 교수는 미리 준비를 한 듯 강의하듯 말을 이어갔다.

“자네 와이키키에서 잠 자다가 변을 당했다며? 와이키키가 어떻게 만들어졌는지 아는가? 하와이가 미국의 자치령으로 합병된 후 하와이에는 개발 붐이 일어나기 시작했지. 호놀룰루를 상징하는 와이키키 비치는 1920년부터 1930년에 걸쳐 리조트 땅으로 만들기 위해서 흰 모래를 운반해서 깔아놓은 인공비치라네.”

“네? 와이키키가 인공비치라니요? 어마어마한 사기네요.”

“사기는 아니고, 개발이라는 명분은 있지. 1900년대 초만해도 와이키키 주변은 습지대로 대부분 타로, 토란 밭이었어. 와이키키란 하와이 원주민 말로 ‘물이 솟아나온다’는 뜻이야. 와이키키 개발 당시 비치는 용암이 부서져서 만들어진 검은 자갈이 쌓인 거치른 해변이었지. 지금처럼 흰 모래사장이 아니었다구. / “아니, 그럼 모래는 어디서?”

“이 모래들은 로스엔젤스 국제 공항 남쪽에 있는 맨하탄 비치에서 날라온 것이라네. 맨하탄 비치는 해변을 향해 고급주택이 늘어선 곳으로 그 동네 부근에 사구(Sand Dune Park)가 있었는데 높이가 70피트에 달하는 모래 산이었어. 그곳의 모래를 파서 바지선(Barge)에 실어 나른 것이지. 와이키키 앞 바다에 흰 모래를 들어붓고 주위에는 야자나무를 심어 지상낙원을 만든 것이지.”

“그러니까 지상낙원이라는 와이키키가 인공비치란 말씀이죠. 쇼크네요, 쇼크!”

“와이키키 개발과 동시에 알라 웨이(Ala Wai Canal) 운하가 만들어지기 시작했어. 알라웨이란 원주민 말로 물길이란 뜻이지. 이 운하 여러 번 지나 다녔지? 이 운하도 인공적으로 만들어진 거야. 원래 탄타루스가 있는 마키키 산, 팔롤로 산 그리고 마노아 산의 계곡 물이 와이키키 앞 바다로 자연스럽게 흘러 들었는데 와이키키 개발과 더불어 이 운하의 개발 필요성을 느끼게 된 것이지. 이 지역이 습지가 되다 보니 모기 같은 해충이 들끓어 비위생적이라는 판단을 하고 운하를 파게 된 것이지. 이 운하 프로젝트는 1921-1928년까지 약 7 년이 걸렸어.”

 

로버트 교수는 언덕을 오르는 일이 조금도 힘들지 않는다는 듯 거친 숨도 없었다. 상필이 호흡을 고르며 로버트 교수와 보조를 맟추었다.

“이렇게 와이키키 비치가 만들어지고 왈라 웨이 운하가 생기고 소위 인프라가 조성되니까 호텔이 들어서기 시작한거야. 3.5키로의 와이키키 비치에만 호텔이 몇 갠 줄 아나? 한 120여 개가 있지. 세계각국의 유명 체인 호텔이 다 들어와 있지.” 

“그런데 인공적으로 뭘 만들다 보니 문제가 생기는 거야. 와이키키 비치의 모래가 자꾸 줄어드는 거야. 지금 와이키키 비치는 초기 비치의 반만할까. 모래유실을 줄이기 위해 막대한 예산을 들여 제방을 쌓기도 했지만, 해안침식을 막기에는 역부족이지. 바람과 물의 힘이 더 센 거지.”

“만약에 와이키키 비치의 모래가 바다에 쓸려 다 없어진다면 어떻게 되는 거예요?”

“와이키키 비치가 사라질 경우 하와이 관광산업에 큰 지장을 주는 만큼, 하와이 정부는 와이키키 비치를 절대적으로 사수해야 하는 입장이야. 그런데 침식으로 유실된 모래는 주기적으로 다시 채우는 방법 밖에, 현재 다른 대안이 없는 거지.” / “…!”

“또 알라웨이 운하는 점점 얕아져서 비만 좀 왔다 하면 범람하는 거야. 이런 범람을 막기 위해서는 운하를 더 깊게 파서 폭우가 와도 넘치지 않게 해야 되는데 여러 차례 보수를 했지만 아직 미완으로 남았지. 공항에서 호텔에서 쏟아지는 폐수가 알라웨이 운하의 배수로를 막히게 하고 그에 따라 운하 밑에 쌓인 쓰레기는 박테리아와 머큐리의 증가를 불러오고 있어.” / “어휴, 이건 넘 심각하네요.”

“아, 해가 떠오르려고 하네. 우리 해를 보며 심호흡을 좀 함세.”

 

둘은 마카푸우 전망대에 섰다. 큰 바다 태평양 수평선 위로 붉은 태양이 떠오르려고 자리를 잡았다. 하늘도 바다도 태양을 맞이하려고 숨을 죽이고 있었다.

<계속>

 

김수자

하와이 거주 /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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