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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 중 눈물 쏟았던 리시차 "어머니 안아드리지 못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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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크라이나 출신 피아니스트 발렌티나 리시차(48)는 화려한 기술과 넘치는 힘, 빠른 속도로 몰아치는 연주로 유명해 '피아노 검투사' '건반 위의 마녀'란 별명이 붙는다. 열정도 넘쳐 과거 내한 공연 때 3시간에 걸친 리사이틀을 펼치기도 했다.
지난해 3월 코로나19 상황 속에서 내한한 그는 예술의전당에서 열린 리사이틀에서 베토벤 피아노 소나타 29번 '함머클라비어' 3악장을 연주하다가 갑자기 오열해 연주가 잠시 중단됐다. 이후 다시 무대로 돌아와 50분간 앙코르곡을 선보인 그의 모습은 관객들의 기억에 강하게 남아 있다.
이달 9일(대구)과 11일(서울) 1년 6개월 만에 내한 공연을 하는 리시차는 최근 연합뉴스와 서면 인터뷰에서 "불행한 예감이 맞아떨어졌다"며 "89세의 어머니는 얼마 지나지 않아 돌아가셨다. 어머니를 안아드리지 못했고, 장례식장에도 갈 수 없었다"고 당시 상황을 떠올렸다.
리시차는 "공연 인터미션 때 휴대전화 문자를 확인한 게 실수였다"며 "고향이 록다운(봉쇄)에 들어가면서 국경을 폐쇄한다는 내용인데 너무 갑작스러워서 아무런 조치를 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마음을 가다듬고 무대에 올랐는데 소나타의 느린 악장을 연주하는 구간이 다가왔다"며 "가장 비극적인 악장인데, 피아노를 위해 쓰인 그 음악의 영향으로 모든 상황을 예언해 볼 수 있었다"고 덧붙였다.
그는 "어머니를 보지 못하면 지금 연주하는 이 곡은 죽은 이의 넋을 달래는 진혼곡인 '레퀴엠'이 될 거란 생각에 끔찍했다"며 "뺨 위로 눈물이 하염없이 흐르면서 밝은 느낌의 4악장을 연주할 수 없었다"고 설명했다.
이탈리아 로마 근교의 한 마을에서 주로 시간을 보냈다는 리시차는 "원래 가족과 함께 여름 휴가를 보내는 별장인데 록다운 때문에 혼자서 지냈다"며 "두 대의 피아노와 야생 고양이들, 숲만이 친구였다"고 고백했다.
그는 "온라인 콘서트를 하고 카메라 앞에서 인사하는 법을 배웠다. 미래의 생활방식이라고 생각한 가상 세계가 저주로 느껴졌다"며 "사람들과 포옹하고 악수하며 서로의 눈을 바라보는 게 호사였던 것"이라고 강조했다.
코로나19는 그의 생각도 변화시켰다. 리시차는 "처음엔 막연하게 두려워하고 답답해했지만 이젠 바이러스와 공존하는 법을 배우고 우리는 삶을 계속 살아갈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야 할 것 같다"는 말도 전했다.
그는 원래 지난해 베토벤 탄생 250주년 생일에 맞춰 피아노 소나타 전곡(32곡)을 녹음하는 프로젝트를 마무리하고자 했으나 스튜디오가 계속 문을 닫아 26번, 28번, 31번, 32번 등 4곡을 여전히 녹음하지 못한 상태다.
그러나 이 프로젝트는 잠시 접고 라흐마니노프의 탄생 150주년인 2023년에 맞춰 피아노 솔로 곡들을 녹음하는 새 프로젝트를 구상하고 있다. 물론 상황과 여건이 된다면 베토벤으로 돌아와 남겨둔 프로젝트를 완성할 계획이다.
그는 한국을 '특별한 나라'로 꼽았다. 잘 알려진 연주자가 아닌 학생 때부터 틈틈이 방문해 연주를 이어간 게 20년이 넘었다고 했다. "한국 관객들의 사랑을 받는 건 굉장한 영광이고 찬사"라며 감사의 마음도 전했다.
이번 공연에선 그가 록다운으로 인해 이탈리아에서 머물며 익힌 곡들을 선보인다. 라흐마니노프의 '코렐리 주제에 의한 변주곡'과 '피아노 소나타 2번', 쇼팽의 '4개의 스케르초'와 '환상 폴로네이즈' 등이다.
리시차는 "두 작곡가 모두 내가 누구인가를 반영한다. 이번 곡들은 러시아·폴란드인의 정체성을 담고 있다"며 "큰 공동체의 작은 부분이란 것에 자긍심이 있다. 어머니가 돌아가신 이후로 더 중요한 의미로 다가왔다"고 말했다.
그가 이번에도 이전처럼 공연 3부에 해당할 정도의 긴 시간 앙코르곡 연주로 깜짝 선물을 전할까.
"앙코르는 말 그대로 '더'를 뜻해요. 많은 관객이 본 공연보다 '더' 좋아하는 것 같기도 해요. 단순히 무료 선물이 아니라 무대 위 연주자와 관객 간 보이지 않는 벽을 없애고 함께 즐길 수 있는 시간이기도 하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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