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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수수밭에서 나온 MLB 선수들…케빈 코스트너, 영화 장면 재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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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면은 옥수수밭에서 시작했다. 흰색 와이셔츠와 아이보리색 바지를 입은 백발의 할리우드 스타 케빈 코스트너(66)는 야구공을 손에 쥔 채 사람 키보다 훨씬 큰 옥수수 줄기를 헤치며 걸음을 옮겼다.
이윽고 옥수수밭 사이로 빛이 보이기 시작했다. 코스트너는 옥수수를 헤치고 밖으로 나왔고, 야구장 녹색 그라운드가 펼쳐졌다.
경기장을 가득 메운 8천 명의 관중들은 기립박수로 코스트너를 맞이했다. 경기장 스피커엔 영화 '꿈의 구장(Field of Dreams)' 오리지널 사운드트랙(OST) 음악이 흘러나왔다.
코스트너는 감격에 젖은 얼굴로 관중들을 바라봤다.
코스트너가 마운드 위로 자리를 옮기자 옥수수밭에선 1910년대 유니폼을 입은 시카고 화이트삭스와 뉴욕 양키스 선수들이 나왔다.
1989년 상영된 영화 '꿈의 구장'의 스토리는 32년이 흐른 13일(한국시간) 인구 4천300명의 소도시인 미국 아이오와주 다이어스빌의 옥수수밭 임시 야구장에서 재연됐다.
양 팀 선수들은 옥수수밭에 세워진 임시 야구장에서 미국프로야구 메이저리그(MLB) 경기를 치렀다.
이날 경기에 앞서 코스트너와 양 팀 선수들은 영화의 한 장면을 연상케 하는 극적인 등장으로 많은 야구팬의 가슴을 뛰게 했다.
코스트너가 주연을 맡은 영화 '꿈의 구장'은 메이저리그 역사상 가장 큰 승부 조작 사건인 1919년 '블랙삭스 스캔들'을 소재로 다룬다.
'야구장을 지으면 그들이 올 것'이라는 계시를 받은 영화 주인공이 옥수수밭에 경기장을 만들자 블랙삭스 스캔들로 영구제명된 슈리스 조 잭슨 등 선수들이 유령으로 나타나 시합을 한다는 판타지를 담고 있다.
MLB 사무국은 이 영화의 한 장면을 재연하기 위해 지난해 '꿈의 구장' 프로젝트를 준비했다.
영화 촬영지인 옥수수밭을 사들여 8천석 규모의 임시 야구장 건립한 후 화이트삭스와 양키스의 경기를 추진했다.
그러나 지난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여파로 리그가 축소 운영되면서 꿈의 구장 경기는 1년 연기됐고, 이날 상상 속의 그림이 현실이 됐다.
MLB 사무국은 최근 야구 인기가 떨어지고 있다는 위기의식 속에 다양한 이벤트 경기를 추진하고 있다.
'꿈의 구장' 경기는 단발성 이벤트로 끝나지 않는다.
이날 경기장을 찾은 롭 맨프레드 MLB 커미셔너는 "꿈의 구장 경기는 내년 8월에 다시 열 계획"이라고 전했다.
경기에 참가한 양 팀 선수들은 특별한 감정을 느끼는 듯했다.
양키스의 간판타자 애런 저지는 "경기장에 도착했을 때, 구단 버스에 탑승한 모든 선수가 헤드폰을 벗어던지고 창밖에 펼쳐진 아름다운 풍경을 바라봤다"라며 "어렸을 때 MLB 중계와 영화를 보며 야구선수의 꿈을 키웠는데, 영화 속에 나왔던 이곳에서 실제로 뛰어 감격스럽다"고 말했다.
경기 내용은 영화보다 더 극적이었다.
저지는 4-7로 뒤진 9회초 2사 1루 기회에서 상대 팀 마무리 투수 리암 헨드릭스를 상대로 우월 투런 홈런을 터뜨려 6-7을 만들었다.
양키스는 조이 갈로의 볼넷으로 다시 2사 1루 기회를 잡았고, 후속 타자 장칼로 스탠턴이 좌월 역전 투런 홈런을 작렬하며 대거 4득점에 성공, 8-7로 역전했다.
9회말 화이트삭스의 공격에선 더 믿을 수 없는 일이 벌어졌다.
1사에서 세뷔 저발라가 볼카운트 1볼 2스트라이크에서 볼 3개를 내리 골라 볼넷으로 출루한 뒤 팀 앤더슨이 상대 팀 마무리 잭 브리튼을 상대로 우월 끝내기 투런 홈런을 터뜨리며 대미를 장식했다. 9-8 화이트삭스의 승리였다.
홈런공은 외야에 펼쳐진 옥수수밭에 떨어져 더욱 극적인 모습을 연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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