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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월드컵] 아쉬움과 희망 교차한 '황금 세대'와의 라스트 댄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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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뉴스) 최송아 기자 = 15년 넘게 한국 여자 축구의 버팀목이 돼 온 이른바 '황금 세대'의 마지막이 될지 모를 월드컵이 조별리그 탈락으로 끝났다.
콜린 벨(잉글랜드) 감독이 이끄는 한국 여자 축구 대표팀은 3일 호주 브리즈번 스타디움에서 열린 독일과의 2023 국제축구연맹(FIFA) 호주·뉴질랜드 여자 월드컵 조별리그 H조 3차전에서 1-1로 비겼다.
지난달 25일 콜롬비아와의 1차전 0-2, 30일 모로코와의 2차전 0-1로 각각 졌던 한국은 승점 1로 H조 최하위에 그치며 16강에 오르지 못한 채 대회를 마쳤다.
이번 대회는 그간 대표팀의 주축을 이뤄온 1980년대나 1990년대 초반 출생 선수들이 제기량으로 발을 맞추는 사실상 마지막 대회로 여겨져 왔다.
A매치 148경기에 나서 한국 선수 최다 출전 공동 선두를 달리는 '에이스' 지소연(32·수원FC)과 조소현(35·무소속)이 대표적이다.
베테랑 장신 스트라이커 박은선(36·서울시청)이나 1984년 10월생으로 한국 여자 선수 월드컵 최고령 참가 기록(38세 9개월)을 세운 골키퍼 김정미(현대제철)는 첫 월드컵 출전이 20년 전이었을 정도로 '큰 언니'들이다.
수비진의 김혜리(33)나 임선주(32·이상 현대제철), 심서연(34·수원FC) 등도 비슷한 연령대다.
이들 중 4년 뒤 월드컵에도 출전할 선수가 있겠지만, 지금처럼 대거 출전하는 월드컵은 이번이 마지막일 공산이 크기에 조별리그 탈락이라는 결과는 더욱 아쉽게 다가온다.
지소연을 비롯한 이들은 2010년대 초중반 국제 무대에서 선전하며 한국 여자 축구의 새 역사를 써내려 와 '황금 세대'로 불린다.
한국 여자 축구는 2010년 20세 이하(U-20) 월드컵 3위, 17세 이하(U-17) 월드컵 우승으로 연령별 대회에서 두각을 나타냈다.
당시 주축 멤버 대다수가 2015 캐나다 여자 월드컵에서 사상 첫 16강 진출을 달성할 때도 함께했다.
첼시 유니폼을 입고 한국 여자 축구 선수로는 처음으로 잉글랜드 무대에 도전, 팀과 리그의 성장을 함께하며 '월드 클래스' 반열에 오른 지소연을 필두로 유럽에 진출하는 선수들도 여럿 나왔다.
이런 상황들은 한국 여자 축구 성장의 결정적인 계기로 작용할 수 있었지만, 이후 월드컵 성적은 오히려 뒷걸음질 쳤다.
캐나다 대회(조별리그 1승 1무 1패) 16강 이후 한국 여자 축구는 월드컵에서 4년 전 프랑스 대회 조별리그 3연패, 이번 대회 1무 2패에 그쳤다.
프랑스 월드컵 이후 사상 첫 외국인 사령탑인 벨 감독이 지휘봉을 잡고 '고강도'를 표방하며 아시아축구연맹(AFC) 아시안컵 준우승 등 성과를 내긴 했으나 궁극적으로 바라본 월드컵에선 원하는 결과를 얻지 못했다.
월드컵이라는 큰 경기가 주는 심리적인 압박을 이겨내지 못했다는 오래된 변명은 차치하고, 벨 감독이 입이 마르도록 외쳐 온 '고강도'를 월드컵에서 제대로 펼쳐 보이지 못한 게 이번 대회에서 확인된 현실이다.
체격과 힘에선 태생적으로 우위인 데다 최근 들어 여자 축구에 더욱 공을 들이며 뚜렷한 발전상을 보인 유럽, 아프리카 등 서양 국가들을 상대로 이번 대회 출전국 중 가장 나이가 많은(평균 29세) 팀으로는 한계에 부딪힐 수밖에 없었다.
2연패 뒤 FIFA 랭킹 2위의 강호 독일과 대등하게 맞서며 16강에 진출하지 못하도록 막아선 이날 무승부는 분명 의미가 있었지만, 과제는 더욱 뚜렷해졌다.
4년 전 프랑스 월드컵 3연패 탈락 때 대두했던 세대교체의 필요성이 이번 대회를 계기로 더욱 커졌다.
언니들의 존재감이 워낙 크다 보니 대표팀에선 '동생' 이미지가 강하지만, 이금민(29·브라이턴), 이영주(31·마드리드CFF), 장슬기(29·현대제철), 윤영글(35·BK 헤켄) 등도 4년 뒤면 30대 중후반이다.
유소녀 전문 선수가 1천명가량에 불과한 얕은 저변에서 어느 날 갑자기 지소연, 조소현 같은 선수가 쏟아지길 바라는 건 어렵더라도 지속적인 유망주 발굴과 육성이 절실히 요구되는 이유다.
독일전에 선발로 나서서 활약한 16세 케이시 유진 페어(PDA)와 20세 천가람(화천 KSPO), 벨 감독 체제 초기부터 주축으로 우뚝 선 2000년생 추효주(수원FC) 등은 이번 대회로 큰 무대를 경험하며 아쉬움 속에서도 미래의 희망을 남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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