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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창동 "윤정희, 강렬한 존재감 지녔던 배우…함께 작품해 영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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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촬영장에서 카메라가 돌아갈 때 화면 속 윤정희 선생님의 배우로서 존재감은 아마 어떤 배우도 범접할 수 없지 않았을까요. 인간으로서 무게랄까요…. 강렬한 존재감을 지니셨던 분이죠."
영화배우 고(故) 윤정희가 생전 마지막으로 출연한 영화 '시'(2010)를 연출한 이창동 감독은 30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 외곽 뱅센에 있는 한 성당에서 고인의 장례 미사가 끝나고 기자들과 만나 이같이 말했다.
고인의 마지막 길을 배웅하기 위해 지난 28일 파리에 도착한 이 감독은 "윤 선생님은 영화배우로서 자의식, 정체성을 평생 잃지 않으셨던 분"이라며 "한국 영화사에서 아주 특별한 존재이고 특별한 위치에 있다"고 기억했다.
"평생 영화를 사랑해온 윤 선생님은 늘 열정적으로 영화를 해오셨습니다. 제 작품 '시'가 끝난 뒤에도 '90살이 넘어도 영화를 하고 싶다'고 하셨죠. 심지어 병원에 계실 때도 영화 촬영을 나가야 한다고 했을 정도로 무의식 속에도 배우로서 정체성을 갖고 계셨습니다."
이 감독은 고인이 1960∼1970년대 한국 영화계를 주름잡았던 1세대 여배우였다는 점을 상기하면서 "그 시대 톱스타로서, 여배우로서 이렇게 자의식, 정체성을 잃지 않은 건 윤 선생님이 최초일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윤 선생님은 예술가로서 자신의 삶을 항상 기쁘게 생각하시며 인생을 늘 꿈꾸는 것처럼 아름다움을 찾고, 아름다움 속에서 사셨던 내면의 예술가였다"며 "또 예술가의 아내이자, 예술가의 어머니라는 점에서 행복하게 사셨다"고 덧붙였다.
이 감독은 '시'의 시나리오를 쓰는 단계에서부터 고인을 생각하고 썼으며, 고인 외 다른 배우를 염두에 두지 않았지만, 이것이 고인의 마지막 작품이 될 것이라곤 상상하지 못했다고 전했다. 영화 '시'의 주인공 이름은 '미자'로 고인의 본명(손미자)과 같다.
이 감독은 영화 '시'를 함께 만들기 전에는 고인과 자주 교류하지는 않았어도 영화제 등 행사에서 만나 이야기를 나눠보면 "평소에 만나보기 힘든, 소녀 같은 순수함을 갖고 계신 분이라는 생각이 들어 시나리오를 집필하게 됐다"고 전했다.
이 감독은 "어릴 때부터 스타로 알고 있던 윤 선생님과 영화를 함께 할 수 있어서 행복하고 영광스러웠다"며 "윤 선생님을 주인공으로 만난 것은 커다란 운이었고, 윤 선생님이 제 영화에 출연한 것 자체가 운명적인 만남이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영화 '시'는 10대 손자와 함께 살며 시를 배우기 시작한 60대 여성 '미자'가 헤쳐가는 삶을 풀어냈다. 고인의 16년 만의 스크린 복귀작이었던 이 작품은 2010년 프랑스 칸 국제영화제에 초청을 받아 각본상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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