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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컵 개막까지 2개월…벤투 감독은 끝까지 이강인을 외면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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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 카타르 월드컵 개막을 채 2개월도 남기지 않은 상황에서 '골든보이' 이강인(마요르카)이 한국 축구의 '뜨거운 감자'로 떠올랐다.
이강인은 9월 A매치를 앞두고 발표된 축구대표팀 소집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지난해 3월 일본과 평가전(0-3 패) 이후 1년 6개월 만의 발탁이었다.
그러나 파울루 벤투 감독은 이강인을 뽑고도 9월 두 차례 평가전(코스타리카·카메룬)에서 단 1분도 뛸 기회를 안 줬다.
이강인은 올 시즌 세계 3대 빅리그로 꼽히는 스페인 프리메라리가에서 4경기 연속 공격포인트(1골 3도움)를 올리며 물오른 기량을 보여준 터라 그의 벤치 대기는 팬들의 고개를 갸웃하게 만들었다.
벤투 감독은 이번 소집 기간 훈련에서 이강인의 여러 활용법을 시도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강인은 비공개 연습경기에서 공격포인트를 여러 개 올렸다고 한다.
그런데도 벤투 감독은 끝내 외면했다. 카메룬전 뒤, 코스타리카전에 이어 '180분' 동안 벤치에만 앉아있던 이강인의 표정에서는 실망한 기색이 역력했다.
이강인의 '천재성'에 큰 기대를 품는 팬들은 '안 쓸 거면 왜 불렀느냐'며 벤투 감독을 비난하고 있다.
일부 몰지각한 팬들은 이강인과 겹치는 포지션의 선수들 SNS에다 악플을 남기기도 했다.
◇ 이미 굳어진 벤투호 플랜A…들어갈 자리가 좁다
벤투호 공격의 중심축은 '중원의 지휘자'로 손꼽히는 황인범(올림피아코스)이다.
'큰' 정우영(알사드)이나 손준호(산둥 타이산)가 수비라인의 1차 저지선 역할을 하고, 그 앞에서 황인범이 빠른 템포로 전방 공격수들에게 정확한 패스를 뿌려주는 게 벤투 축구의 밑그림이다.
공격형 미드필더로 분류되는 이강인의 역할은 황인범과 많이 겹친다. 황인범 대신 이강인을 선발로 내세우는 전술을 완성하기에는 월드컵 본선까지 시간이 너무 촉박하다.
둘의 공존도 어렵다.
벤투 감독은 활동량이 많은 '작은' 정우영(프라이부르크)이나 이재성(마인츠)을 황인범 옆에 세워 2선의 공수 밸런스를 맞춘다.
이강인은 이 역할을 맡기에는 활동량이 부족하다. 애초부터 창의적인 패스가 강점인 이강인의 재능을 제대로 활용하는 방법이 아니기도 하다.
벤투 감독 입장에서는 난감할 법도 하다. 만약 이강인이 지난 시즌 후반기부터라도 소속팀에서 지금의 경기력을 보여줬다면 '그림'이 달라졌을지도 모른다.
박문성 축구 해설위원은 "벤투 감독은 라리가에서 실력을 입증해 보인 선수에게 대표팀에서 기량을 입증해 보일 기회조차 주지 않았다"면서 "'이강인이 내 축구와는 안 맞다'고 밝힌 셈"이라고 해석했다.
기본 전술에서 이강인을 활용할 방안이 마땅치 않다고 하더라도, 막판에 교체 요원으로서의 활용법을 모색할 수 있었다.
이강인은 상대가 예상하지 못하는 궤적의 패스 하나로 한 번에 경기의 흐름을 바꾸는 능력이 출중하다. 게다가 이 능력을 '라리가'에서 입증해왔다.
한국 대표팀의 '특급 조커'로서, 이강인의 재능은 차고 넘친다는 게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평가다.
한준희 해설위원은 "선수 기용과 전술 선택은 감독의 권한이지만, 절박한 순간 예측 불가능한 공격을 할 수 있는 이강인이 전혀 기회를 받지 못한 것은 아쉽다. 이강인은 기존 대표팀 선수들과 분명히 다른 유형의 선수다"라고 말했다.
김대길 해설위원도 "이강인이 만약 지난 시즌처럼 소속팀에서 꾸준히 못 뛰는 상황이었다면 벤투 감독의 선택을 이해할 수 있겠지만, 지금은 아니다"라면서 "다른 선수들이 가지고 있지 않은 결정적인 패스를 이강인이 손흥민(토트넘), 황희찬(울버햄프턴)에게 어떻게 찔러주는지 한 번 정도는 실전에서 확인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 축구인들 "여론이 오히려 이강인 발목 잡아"
'지금이라도 이강인을 써야 한다'는 여론이 오히려 이강인의 발목을 잡은 셈이 됐다는 분석도 있다. 국가대표 출신 축구인들 사이에서 나오는 얘기다.
모든 국가대표 선수의 1차 목표는, 경기 출전이다. 자신이 선발로 나설지, 교체라면 과연 몇 분을 뛰게 될지 예민하게 관심을 기울인다.
하지만 모든 선수가 동등하게 기회를 받을 수는 없고, 불만이 생길 수밖에 없다. 자칫하면 팀워크 저하로 이어질 수 있다.
한 나라에서 축구를 제일 잘한다는 20여 명 선수의 욕망과 불만을 하나하나 파악하고, 체제에 '실금' 하나도 가지 않도록 모든 상황을 통제해야 하는 게 국가대표 감독의 일이다.
만약 감독의 선택이 '외부 여론'에 영향을 받는다는 신호를 선수들에게 주면 감독의 팀 장악력은 크게 떨어지고, 이는 '체제의 붕괴'로 이어질 수 있다.
언어도 안 통하는 나라에서 팀을 이끌어야 하는 외국인 감독에게 이런 문제는 더 민감할 수밖에 없다.
팬들은 이해하기 어렵겠지만, 벤투 감독 입장에서는 전술이나 축구 스타일을 떠나 이강인을 안 쓰는 게 당연한 선택지였을 수도 있다는 것이다.
국가대표 생활을 오래 한 한 축구인은 "어제(카메룬전) 분위기에서 이강인을 투입하면 감독이 여론에 휘둘린다는 인상을 다른 선수들에게 줄 수 있다"면서 "벤투 감독은 아예 여론에 강력하게 저항해 팀 내부의 결속력을 다지는 선택을 했다. '이 팀은 내가 100% 통제한다'는 사인을 선수단에 준 셈"이라고 풀이했다.
그러면서 "경기 뒤 손흥민이 한 말도 같은 맥락에서 이해하면 된다"고 말했다.
벤투호의 '캡틴' 손흥민은 경기 뒤 믹스트존에서 기자들과 만나 "이강인이 정말 좋은 선수고 리그에서도 잘하고 있지만, (대표팀은) 강인이만을 위한 팀이 돼선 안 된다고 생각한다"면서 "감독님도 그런 결정을 한 이유가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 이강인은 '카타르 월드컵' 최종엔트리에 뽑힐 수 있을까
이제 남은 관심사는 벤투 감독이 과연 카타르 월드컵 최종 엔트리에 이강인을 포함할지 여부다.
실전에서 제대로 쓰지 않은 필드 플레이어를 월드컵 본선에 데려가기는 쉽지 않은 일이다.
본선 엔트리가 23명에서 26명으로 늘었지만, 여기에 이강인의 자리는 없을 것이라고 많은 전문가가 예상하는 이유다.
박문성 위원은 "2002년 월드컵 때 '윤정환 논란'을 떠올리게 하는 상황"이라면서 "벤투 감독은 선택을 사실상 마쳤고, 이제 결과를 가져오는 일만 남았다"고 말했다.
2002년 한일 월드컵을 앞두고 거스 히딩크 당시 대표팀 감독이 윤정환(현 제프 유나이티드 감독)을 선발로 기용하지 않는 것을 두고 축구 팬들 사이에서 논란이 벌어진 적이 있다.
당시 윤정환은 최고의 공격형 미드필더로 꼽혔으나 히딩크 감독은 수비력이 좋은 김남일(전 성남FC 감독)을 선택했다. 결과는 대성공이었다.
아직 월드컵 개막은 2개월 정도 남아있다. 이강인의 카타르행이 완전히 무산된 것은 아니다.
포기하지 않고 소속팀에서 꾸준하게 좋은 경기력을 보인다면 벤투 감독의 최종 선택을 받는 게 불가능한 것은 아니다.
김대길 위원은 "이강인이 이번 두 경기에서 상처를 많이 받았겠지만, 이를 동력 삼아 더 발전하면 된다"면서 "이강인은 더 성장할 수 있는 선수"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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