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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들이 그린 김창열 화백의 궤적…다큐 '물방울을 그리는 남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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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추상미술의 거장, 고(故) 김창열 화백은 50년 가까이 물방울을 그려왔다. 둘째 아들은 5년에 걸쳐 아버지의 삶을 영화로 그려냈다.
화실에 앉아 붓끝으로 물방울을 그려나가는 화가, 아내의 옆에 누워 노래를 흥얼거리는 남편, 손자와 마주 보고 가위바위보를 하며 조용히 미소 짓는 할아버지, 전쟁의 상흔을 품은 채 살아가는 한 사람. 오는 28일 개봉하는 다큐멘터리 영화 '물방울을 그리는 남자'는 김창열 화백이 살아온 궤적을 79분에 걸쳐 담았다.
19일 서울 종로구에서 만난 김오안 감독은 "아버지가 늙어가는 동안 멀리 떨어져 살고 있었다. 좀 더 많은 시간을 보내고 싶어 다큐멘터리를 기획했다"고 말했다.
"제가 하지 않더라도 언젠가 다른 사람이 아버지에 대한 다큐멘터리를 만들지 않을까 생각했어요. 제가 좀 더 가까운 사람이니 더 잘할 수 있지 않을까 싶었죠. 자신 있었어요. (웃음)"
그는 동료 아티스트인 브리지트 부이오 감독과 작품을 공동연출했다. 두 사람은 각자의 카메라로 같은 장면을 촬영한 뒤 결과물을 합치는 방식으로 작업을 진행했다. 부이오 감독은 "오안은 (김창열 화백을) 굉장히 서정적으로 바라봤다면 나는 이성적으로 보는 경향이 있었다. 각자 작업하고 서로의 시선을 이어갔다"고 했다.
영화는 아버지와 보다 많은 시간을 함께하고 싶다는 감독의 지극히 사적인 바람에서 출발했지만 관객에게 묵직한 울림을 선사한다. 세계가 주목한 거장에게서 뿜어져 나오는 힘 때문일 수도 있다. 그러나 전쟁에 대한 기억으로 평생을 '살아있다'는 죄책감 속에 살아온 아버지의 속마음, 둘 사이 틈을 좁혀가기 위한 부자(父子) 간 대화는 김창열이란 화가를 잘 알지 못하는 관객에게까지 가닿는다.
부이오 감독은 "영화가 단순히 한 화가에 대한 이야기가 아니어서 보편성을 지닌다고 생각한다"며 "아버지나 아이가 있는 모두가 공감할 수 있고, 고통이란 주제 또한 굉장히 보편적"이라고 설명했다.
김 감독은 "이 영화를 통해 아버지의 고통과 경험의 깊이를 더 많이 깨닫게 됐다"고 말했다.
"원래도 어느 정도 알고 있었지만, 아버지께서는 자신의 감정을 숨기는 분이셨거든요. 참을성이 많으셨던 것 같아요. 어머니께 제일 처음으로 가르친 한국말이 '참아야 돼요'였다고 하더라고요. (웃음) 아버지의 과거, 6·25 전쟁을 겪으면서의 생각, 작업의 의미와 의도도 더 자세히 알게 됐죠. 제가 태어났을 때 아버지 나이가 마흔 살이었는데, 그 나이가 되고 보니 아버지의 생각을 더 이해할 수도 있게 됐고요."
김창열 화백이 생의 절반을 물방울을 탐구하는데 바쳤던 만큼 영화는 김 화백의 모습과 다양한 물의 이미지가 반복해 교차한다. 흐르는 강물, 바위 위로 떨어지는 물줄기, 밀려들어 오는 바닷물은 김 화백의 과거이기도, 그의 속마음이기도 하다.
부이오 감독은 "저는 김창열 화백이 존엄을 가지고 고통을 뛰어넘은 사람이라는 게 굉장히 놀랍다"며 "그는 본인이 젊은 시절 겪었던 고통을 놓지 않고 죽을 때까지 하나의 창작으로 지속해왔다"고 존경을 표했다.
김 감독은 "아버지 세대가 가진 의무감과 위엄 같은 것들이 그가 가진 장점이었는데 요새는 더 보이지 않는 것 같다"며 이 영화를 통해 젊은 관객이 이전 세대가 가졌던 것들을 볼 수 있었으면 한다는 바람을 전했다.
영화는 2015년 촬영을 시작해 2019년 편집을 마쳤다. 김창열 화백은 지난해 1월 세상을 떠났다. 김 감독은 "아버지께서 (생전에) 한두 장면 정도를 보셨는데 아무 말씀을 안 하셨다"고 회고했다.
"사실 아버지가 (완성본을) 못 보신 게 아쉽지는 않아요. 아버지께서는 굉장히 조심성이 많은 분이어서 만약 영화를 보셨다면 본인의 내밀한 이야기를 담고 있어 난처해하셨을 것도 같아요. 하지만 그 내밀함 속에서 아버지가 존재하는 방식을 한국 관객들이 발견할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그러면 아버지도 자랑스러워하실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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