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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라진 모습으로 돌아온 영웅 이순신…'한산: 용의 출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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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92년 7월 8일 한산도 앞바다에 펼쳐진 학의 날개는 도요토미 히데요시의 조선 침략을 막는 결정적 역할을 했다.
김한민 감독의 이순신 3부작 중 두 번째 작품 '한산: 용의 출현'(이하 '한산')은 이순신(박해일 분)이 임진왜란 당시 왜군을 상대로 압도적 승리를 거둔 한산도 대첩을 다뤘다.
1592년 여름 조선은 일본의 침략을 막아내지 못하고 전쟁에서 연이어 패배한다. 전라좌수사 이순신은 임금 선조가 평양성을 버린 채 의주로 향하면서 나라를 빼앗길 수 있다는 위기감에 휩싸인다.
조선군이 수세에 몰린 상황에서 그는 왜군의 진격을 막기 위한 출전을 준비한다. 그러나 왜장 와키자카(변요한)의 부하들이 거북선 설계도를 훔치면서 이순신이 이끄는 수군은 위기를 맞는다. 이순신은 거북선 없이 학익진 전법으로 바다 위 성(城)을 만들어 왜군을 무찌르겠다는 작전을 세우고 출격을 준비한다.
이순신의 조선군과 와키자카의 왜군이 펼치는 해전은 총 51분에 걸쳐 스크린에 담긴다. 시원하게 펼쳐진 바다 위에 배 수십 척이 진용을 갖춰 돌격하는 장면부터 포와 활이 날아다니고 배끼리 충돌하는 장면까지 다채롭게 펼쳐지는 전투 장면은 실내 세트장에서 촬영했다는 것이 믿기지 않을 정도의 퀄리티를 보여준다. 거대한 용의 머리를 장착한 거북선은 관객을 압도하며 영화의 또 다른 주인공으로 활약한다.
'명량'(2014)의 후속작이자 프리퀄인 '한산'은 주인공 이순신을 비롯해 주요 악역과 조역, 민중의 모습까지 전작과는 다른 방식으로 그려냈다는 점에서 흥미롭다.
박해일이 연기한 이순신은 "명량해전에서 '용장'(勇將·용맹한 장수), 한산해전에서 '지장'(智將·지혜로운 장수)을 그리고 싶었다"는 김한민 감독의 말대로 영리하고 신중한 리더의 모습을 보인다.
자신을 거두어달라는 왜군 준사(김성규)를 받아들이고, 폭이 좁은 견내량에 매복한 적군을 바로 공격하자는 원균(손현주)의 말에 '신중해야 한다'며 적군을 한산도 앞바다로 끌어내자고 한다. 학익진 전법을 구사할 때도 각 장수들의 성격과 강점을 고려해 배의 위치를 정하고, 왜군 전함이 오십 보 앞까지 다가와서야 '발포하라'고 명령한다.
'명량' 속 이순신(최민식)이 죽음에 대한 두려움으로 도망친 군사의 목을 가차 없이 베어내고 돌진해오는 수백 척의 적선(敵船)에 홀로 맞서 싸웠던 것과는 상반된 모습이다.
악역의 모습도 확연히 달라졌다. 전작의 구루시마(류승룡)는 와키자카의 경고를 무시한 채 무모하게 이순신과 맞서 싸우다 죽음을 맞이한다. 와키자카(조진웅)도 한산도 대첩에서 크게 패배했던 기억으로 이순신을 경계하고 두려워하는 모습을 보이는 데 그쳤다.
그러나 '한산' 속 와키자카는 지략가로서의 면모를 뽐낸다. 거북선의 설계도를 손에 쥐면서 조선군의 약점을 파악해 전략을 짜고, 타인의 의견에 귀를 기울이기도 한다. 또 이 배역을 연기한 변요한의 젊은 패기가 묻어나면서 와키자카는 전작과는 다른 카리스마를 가진 인물로 다가온다.
그 외 인물들이 그려진 방식도 눈에 띈다. 왜군에서 조선군의 조력자가 된 준사, 용두(龍頭)를 숨길 수 있는 신형 거북선을 만들어낸 나대용(박지환), 의용군을 이끄는 황박(이준혁)도 매력적으로 그려졌다.
특히 조선과 일본, 바다와 육지를 오가며 활약하는 준사는 살기에 찬 눈빛으로 이순신에게 총상을 입힌 왜군에서 '의'(義)를 위해 조선군과 함께 싸우는 인물로 변화하며 입체적인 캐릭터로 그려졌다.
황박으로 대표되는 조선의 민중은 육지전을 도맡아 조선을 지키는 의용군으로 등장해 '명량'보다 큰 비중으로 조명된다.
김한민 감독은 이날 시사회에 이어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명량'이 당시 세월호 참사 등으로 상처받은 국민들에게 위로를 전해줬다면 '한산'은 큰 위안과 용기와 자긍심으로 남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한국 영화는 '명량'과 '최종병기 활'처럼 감흥과 울림이 있을 수 있는 무엇, 전달하고자 하는 바가 장르와 결합했을 때 큰 힘을 발휘하는 것 같다"며 "'한산'도 그렇게 만들고자 노력했고 최대한 심플하고 명징하게 관객들에게 다가가고자 했다"고 강조했다.
27일 개봉. 129분. 12세 이상 관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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