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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로커' 고레에다 감독 "송강호는 경험해보지 못한 배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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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배우는 지금까지 경험하지 못했습니다. 굉장히 놀랍고, 어떻게 그런 연기가 가능할까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영화 '브로커'를 연출한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은 2일 서울 삼청동 카페에서 한국 언론과 만나 송강호를 이렇게 극찬했다. 그는 "함께 작품을 하기 전에도 주변을 즐겁게 하는 밝은 분이라는 인상을 받았다"며 "그런 인상은 촬영 현장에서도 변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특히 반복된 촬영에도 매번 색다르게 연기하는 그의 재능을 높이 평가했다.
"테이크를 거듭하면 연기가 굳어지거나 신선함이 떨어지기 마련인데, 송강호는 테이크마다 전혀 다른 연기를 보여줬어요. 어떤 테이크를 찍더라도 새로운 대사를 듣는 것 같았습니다. 송강호의 테이크를 합쳐 DVD에 넣으면 어떨까 하는 생각도 했죠."
고레에다 감독은 "감독으로서 내가 칭찬을 받으면 빈말이 아닌지 의심하게 되지만, 출연 배우가 칭찬을 받으면 무조건 기쁘다. 이 작품을 위해서 최고의 상이 됐다"며 송강호의 칸영화제 남우주연상 수상을 축하했다.
'브로커'는 배우들은 물론 한국 제작사·스태프들과 함께 만든 한국영화다. 고레에다 감독은 카트린 드뇌브, 쥘리에트 비노슈 등과 찍은 프랑스 영화 '파비안느에 관한 진실'(2019)에 이어 두 장편을 외국에서 연출했다. 그는 "국경을 뛰어넘는 게 영화의 가능성 가운데 하나"라고 말했다.
"감독으로서 작업은 평소와 똑같았습니다. 일본이든 외국이든 제가 느끼는 감각에는 변화가 없습니다. 좋아하는 배우들과 함께 영화를 만들고 있다는 느낌으로 임했어요. 다만 예민한 소재를 다루는 만큼 주변 취재를 많이 했습니다."
'브로커'는 베이비박스에 버려진 아기를 매개로 만나게 된 여러 사람들이 점차 가족 같은 공동체를 구성하는 과정을 그린다. 송강호(상현 역)와 강동원(동수)은 아기를 몰래 내다파는 브로커 듀오를 연기했다. 지난달 칸영화제에서 처음 상영된 이후 '범죄자를 사랑스럽게 묘사했다'는 혹평이 나왔다.
고레에다 감독은 2018년작 '어느 가족'도 비슷한 비판을 받았다며 "솔직히 신경 쓰지 않는다"고 말했다. 좀도둑질로 살아가는 한 가족을 그린 '어느 가족'은 그해 칸영화제 최고상인 황금종려상을 받았다.
그는 영화 속 인물을 법적 기준으로 판단해 불편한 감정을 느낀다면, 그것이 오히려 자신의 의도와 가깝다고도 했다.
"흑백이 뚜렷이 나뉘는 영화를 만들지는 않습니다. 세계를 회색으로 묘사하고 싶었습니다. 아이를 팔려고 하는 인물들은 은은한 흰색을 띠고, 정의를 등에 업은 형사에게는 어떤 종류의 편견이 있죠. 양쪽이 뒤섞이면서 어느 순간 반전을 이루며 아기를 둘러싸는 형태를 생각했습니다. 관객이 '이건 흰색이고, 이건 검은색'이라고 생각한 대로 영화가 묘사되지 않았다면, 오히려 제가 의도한 바니까 논란이 있을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고레에다 감독은 아기를 내다 버리는 소영 역의 이지은에 대해 "'나의 아저씨'를 보고 홀딱 반했다. 그것이 캐스팅 이유의 전부"라고 말했다. 드라마를 보기 전에는 가수로도 활동하는 사실을 몰랐지만, 앨범을 듣고 공연 영상을 보면서 '팬심'이 더욱 깊어졌다고 했다.
브로커 동수를 연기한 강동원에 대한 칭찬도 빼놓지 않았다. 브로커 일행은 아기를 팔러 가는 길에 동수가 자란 보육원에 들르고, 그곳에서 벗어나고 싶었던 해진(임승수)이 여정에 합류한다. 강동원은 극 중에서와 마찬가지로 촬영 현장에서도 해진의 형 노릇을 했다.
"아역배우에게는 매일 촬영 현장을 즐겁게 해주는 게 중요합니다. 보통 조감독이 아이를 보살피는데, 이번에는 강동원이 그 역할을 했어요. 촬영이 없을 때는 아이를 챙기면서 놀아줬죠. 마지막 촬영 날 강동원은 촬영이 없었는데도 아이를 위해 레고를 들고 왔더라고요."
고레에다 감독은 올해 칸영화제에서 감독상을 받은 박찬욱 감독과 '신비한 인연'을 강조했다. 박 감독이 '올드보이'로 심사위원대상을 탄 2004년, 고레에다 감독의 '아무도 모른다'에 출연한 야기라 유야가 남우주연상을 받았다. 나이는 1962년생인 고레에다 감독이 박 감독보다 한 살 많다.
고레에다 감독은 지난달 28일(현지시간) 프랑스 칸에서 박 감독이 트로피를 받을 때 눈물을 닦는 듯한 모습이 카메라에 잡혔다. 박 감독의 수상 소감에 감동해 운 것 아니냐는 말도 나왔다. 고레에다 감독은 물티슈 한 장을 꺼냈다.
"물론 수상 소감에 크게 감동했지만 눈물을 흘린 건 아니었어요. 극장 자체가 덥고 턱시도를 입고 있어서 등에 땀이 흐르고 있었어요. 체감온도를 3도 내려주는 물티슈로 얼굴을 닦고 있었는데 공교롭게도 수상 소감과 타이밍이 맞아떨어졌네요. 재미없는 얘기해서 죄송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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