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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느리, 시어머니, 동서라는 이름의 가족…영화 '인연을 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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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식으로 도망치면 너무하죠."
시어머니 귀덕(정영숙 분)과 20여 년 만에 재회한 며느리 인숙(김지영)은 억울하다. 자신을 사람 취급도 하지 않던 시어머니가 치매에 걸려 아무것도 기억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내가 왜 기다려야 해."
오래전 고된 시집살이에 시달리던 인숙을 미국으로 보내 준 맏며느리 혜란(조은숙)은 그가 원망스럽다. 인숙이 떠난 뒤 시어머니가 쏘아대는 화살은 오롯이 자신의 몫이 됐기 때문이다.
영화 '인연을 긋다'는 가족이라는 울타리 안에서 서로에게 생채기를 내며 살아온 시어머니와 두 며느리의 이야기를 그린다.
치매를 앓고 있는 귀덕을 요양원으로 모시기로 한 두 여자는 '엄마 미안해'라며 연신 눈물을 보이는 남편 둘을 두고 귀덕과 함께 차에 오른다.
요양원에 가는 길은 좀처럼 순탄치 않다. 자신을 '아줌마'라 부르며 달라붙는 시어머니의 모습이 당황스러운 인숙은 계속 짜증을 내고, 그런 인숙에게 앙금이 남아 있는 혜란은 실랑이하는 두 사람을 기다려주지 않고 사라지기 일쑤다.
이들은 때로는 물건을 집어 던지고 소리를 지르며, 때로는 케케묵은 감정을 눈물로 쏟아내면서 조금씩 서로를 이해해 간다.
인숙은 부모님이 소와 닭을 잡아 판다는 이유로, 배운 게 많지 않다는 이유로 시어머니에게 늘 무시당해야 했다. 혜란은 그런 인숙을 도왔다는 이유로 한순간에 '딸자식 같은 며느리'에서 '나쁜 년'이 되어버린 채 20년 넘게 고된 시집살이를 했다. 그들에게 가장 큰 상처를 줬던 귀덕은 '과부'라는 편견과 맞서 싸우며 홀로 아들 둘을 키워야 했다.
영화는 가부장제라는 구조 속에서 자신이 받은 상처를 치유하지 못한 채 서로에게 화살을 돌리며 살아온 세 여성을 비춘다.
세 사람이 함께하는 여정 중간중간 담긴 아름다운 봄 풍경을 보는 재미도 쏠쏠하다.
전남 광양의 매화마을 속 흐드러지게 핀 꽃들과 탁 트인 바다를 품은 여수의 여자만 등 전국 명소의 다양한 풍광이 영상미를 더한다.
연출을 맡은 이정섭 감독은 18일 시사회에 이어 열린 간담회에서 "우리나라에서 고부와 동서 간 갈등이 존재하지 않는 가족은 거의 없다"면서 "오로지 여자들만을 통해 그들의 감정과 갈등을 비추면 많은 분이 공감할 수 있으리라 생각했다"고 밝혔다.
작품의 제목에 대해서는 "혈연관계로 맺어지지 않은 여자들이기에 자기들의 의지에 따라 인연을 이을 수도, 끊을 수도 있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26일 개봉, 71분, 12세 이상 관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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