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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보고 K-블루스래요" 본고장서 일낸 리치맨과 그루브나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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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루스의 본고장 미국 테네시주(州) 멤피스에서 열린 블루스대회에서 내로라하는 전 세계 뮤지션을 제치고 깜짝 놀랄 만한 성적을 거둔 신예 밴드가 있다.
프론트맨 리치맨을 중심으로 아이오(드럼)·백진희(베이스)까지 3인으로 구성된 '리치맨과 그루브나이스'가 주인공이다.
이들은 이달 6∼9일 멤피스에서 열린 '제37회 세계블루스대회'에서 결승 무대까지 진출해 톱5에 이름을 올리는 데 성공했다. 이 대회는 프로 뮤지션들이 자웅을 겨루는 자리로, 다수의 '그래미 어워즈' 수상자를 배출하는 등 블루스 음악계에서 권위를 지니고 있다.
리치맨과 그루브나이스는 25일 연합뉴스 인터뷰에서 "한 참가자가 우리보고 K팝에 빗대 '너희는 K-블루스'라고 말해줬다"며 "미국 현지에서도 한국 블루스에 대한 인식이 생겨났다. 우리를 계기로 양국 블루스 음악계의 교류가 활발해졌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리치맨은 "연주력보다는 관객과 함께 호흡하고 재미있게 연주하는 데 중점을 두고 연습했다"며 "퍼포먼스, 가사 내용, 편곡 가운데 우리가 가장 힘을 줬던 부분은 그루브였다. 연주가 시작되자마자 관객이 춤을 추게 만들려 했다"고 전했다.
우리나라는 여전히 블루스 음악의 불모지다. '부르스 한번 추러 가자'는 말이 있듯 춤과 혼동하는 이도 적지 않다. 블루스 음악인들 사이에서도 한국 특유의 정서가 맞물리면서 차분한 음악이 주를 이룬다.
그러나 이들이 미국 현지에서 마주한 음악의 '결'은 전혀 달랐다.
리치맨은 "현지 사람들은 '타이트한'(쫀쫀한) 그루브를 중요시하더라"며 "지금까지 우리나라에서는 흥분하지 말고 차분하게 연주하라는 피드백을 많이 받았는데, 거기에서는 그 반대였다"고 설명했다.
이들의 대회 도전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었다.
2019년 리치맨과 아이오는 다른 멤버와 함께 '리치맨트리오'라는 팀으로 대회를 노크했다. 그러나 이들의 음악을 마음에 들어 하지 않은 관객들이 퇴장해버리는 일을 겪었다. 관객이 좋아하는 '타이트한' 음악을 보여주지 못했기 때문이란다.
리치맨은 "2019년에는 한국적인 블루스를 보여주자는 생각에 현장 분위기도 모르고 했던 것"이라고 되짚었다.
아이오 역시 "2019년에는 음악을 정교하고 테크니컬하게 짜서 연주하면 우리의 블루스라고 자신 있게 내놓게 될 줄 알았는데 전혀 먹히지 않았다"며 "관객이 춤을 추게 만들어서 함께 즐거워하는 게 중요하다는 것을 깨달았다"고 말했다.
당시의 쓴 경험을 딛고 3년 만에 재도전한 이번 대회에서는 반응이 180도 달랐다. 관객들은 환호하다가 아예 일어나 '덩실덩실' 춤을 췄다. 리치맨과 그루브나이스의 팬을 자처하는 이들도 잇따랐다.
백진희는 "세미 파이널(준결승)까지만이라도 진출했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며 연습했다"며 "사실 결승은 당연히 못 갈 줄 알고 결승 무대 시간에 출발하는 귀국 비행기를 끊어놨다가 급하게 바꿨다"며 웃었다.
리치맨은 중학생 시절 기타를 배우다 블루스에 '꽂혀서' 다양한 옛 뮤지션의 음악을 들었다. 2020년에는 리치맨트리오로 첫 미니음반을 발표하고 본격적으로 음악계에 이름을 알렸다.
이 음반에서는 자신의 SUV 차량에 대한 애정을 위트 있게 풀어낸 '트랙스'(T.R.A.X)와 가진 것은 없어도 마음만은 부자라는 메시지를 담아낸 '리치맨블루스'가 눈에 띈다. 두 노래는 가사를 차용하거나 영어 버전으로 바꿔 이번에 멤피스에서도 들려줬고, 관객의 뜨거운 호응을 끌어냈다.
리치맨은 하지만 "정작 노래에 등장한 트랙스 차량은 중고차 딜러에게 팔았는데, 딜러에게 사기를 당해서 한 푼도 받지 못했다"고 에피소드를 전했다.
이번 대회를 통해 일약 '블루스 스타'로 떠오른 이들은 멤피스에서 선보인 노래들로 영어 음반을 준비하고 있다. 내년에는 미국 현지 콘서트도 계획하고 있다.
"저희 성과를 토대로 한국 블루스가 처지고 처절하기만 하지 않고 트렌디하고 힙하다는 것을 보여드리고 싶어요. 더 많은 분이 저희 말고도 다른 훌륭한 음악인들의 라이브를 보고 행복하고 즐거운 블루스라는 장르를 알아주셨으면 좋겠습니다." (리치맨)
"블루스가 가진 힘이요? 똑같은 곡을 해도 매번 같은 연주가 나오지는 않는다는 점이죠. 그날의 공기와 컨디션, 심지어 날씨에 따라 연주가 다르기 때문에 관객과 교감하며 색다른 연주를 펼치는 게 장점이라고 생각해요." (백진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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