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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전망] 텍사스, 경기침체 지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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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심한 인플레이션 속에 큰 폭의 기준금리 연속 인상 등 급격한 긴축 정책의 여파로 경기 침체가 현실화할 가능성이 매우 커지고 있다. 이제는 발생 여부가 아니라 언제 닥칠지 타이밍을 맞추는 것이 중요한 상황이라고 전문가들은 이야기한다.
미국 주요 기업 최고경영자(CEO)들은 내년 경기침체 가능성을 언급하며 “위험에 대비해야 한다”고 경고했다.
넷플릭스, 골드만삭스, 존슨앤드존슨 등 주요 기업 3분기 실적은 시장 전망치를 상회했지만 4분기(10∼12월) 전망은 대체로 어두웠다. 데이비드 솔로몬 골드만삭스 최고경영자(CEO)는 “미국에 경기침체가 올 가능성이 크다.
어느 정도까지 리스크를 감내할지 확인하며 조심해야 할 시기”라고 밝혔다. 이어 “미국 고물가가 고착화되고 있고, 성장이 둔화되고 있기 때문에 자산 가치 상승은 더욱 어려워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존슨앤드존슨도 실적 발표 후 ‘거시 경제 압력’에 대비하기 위한 감원 계획을 발표했다. 마이크로소프트도 임직원 1% 감원을 시작했다.
블룸버그는 자체 집계한 블룸버그 이코노믹스 데이터를 활용해 1년 내 경기 침체 발생 확률이 100%라고 보도했다. 해당 데이터 모델은 13개의 거시경제·금융지표를 활용하는데 전반적인 수치가 악화한 결과 100%라는 숫자가 나왔다는 설명이다. 다른 조사들도 경기 침체 가능성을 높게 보고 있다. 블룸버그에 앞서 월스트리트저널(WSJ)이 66명의 경제 전문가들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63%는 내년에 경기침체가 올 것이라고 예상했다.
경기 침체를 불러오는 요인은 역시 연방준비제도(연준)의 기준 금리 인상이다. 인플레이션을 잡기 위한 조치이지만 올라간 금리는 필연적으로 이자 비용을 증가시켜 경제에 악순환을 불러온다. 9월 소비자물가지수(CPI)는 전년 동월보다 8.2%, 전월보다 0.4% 각각 올라 시장 예상을 뛰어넘는 물가 상승률을 보였다. 경기침체가 현실화할 경우 타이밍은 내년 1분기 혹은 2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최근 전미실물경제협회(NABE)가 시장 전문가 43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 경기 침체 시점으로 62%는 내년 1분기를, 18%는 내년 2분기를 꼽았다.
오는 11월과 12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연준이 추가 금리 인상을 어떻게 가져가느냐에 따라 경기침체 진입 속도도 달라질 가능성이 높은 상황이다. 인플레이션 등 현재의 경제 상황이면 11월은 물론 12월에도 연속으로 기준금리를 0.75%포인트씩 올리는 자이언트스텝을 밟을 공산이 크다.
연준는 코로나19 시국에 너무 많은 돈을 풀었고, 긴축을 너무 늦게 시작했다는 지적을 받았다. 이런 비판에 자극받았는지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제2의 볼커’가 되겠다는 생각을 한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인플레이션 파이터(inflation fighter)’ 폴 볼커 전 연준 의장, 그는 취임 2개월 만인 1979년 10월, 경기 침체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긴급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를 통해 단번에 금리를 4%포인트 올렸다.
연 11.5%이던 기준금리는 하루아침에 연 15.5%가 됐다. 당시 언론들은 이 조치를 ‘토요일 밤의 학살’이라고 불렀다. 볼커는 1981년 6월 기준금리를 연 21.5%까지 높였다. 이런 고금리는 3년이나 지속됐다. 이자율이 연 20% 선으로 치솟으며 미국 실업률은 10%를 넘어섰다. 수백만 명이 일자리를 잃었고 소비는 얼어붙었다.
기업들이 줄도산했지만 볼커는 눈도 꿈쩍하지 않았다. 이 정도 고금리에 물가가 안 잡힐 수 없었다. 15%에 육박하던 물가는 1982년 4%로 낮아졌고, 1983년 2%대 초반까지 떨어졌다. 마침내 폴커가 긴축을 풀자 미국 경제는 빠르게 되살아났다. 미 증시 역사상 최고의 강세장이 펼쳐졌다.
제롬 파월 현 Fed 의장은 지난 8월 잭슨홀 회의 연설에서 볼커를 거론하며 고통이 따르더라도 물가를 최우선으로 잡겠다고 선언했다. 파월 의장은 물가가 떨어질 때까지 긴축을 밀어붙이겠다는 의미의 ‘keep at it’이라는 말도 했다. 이건 폴커의 자서전 제목이다. 파월 의장은 9월 FOMC 정례회의에서도 같은 표현을 썼다.
한편 이전의 경기침체 신호와 다른 현상들이 언급되며 일정 정도 희망적인 메시지를 주고 있기도 하다. 어떤 경기침체는 특히 더 큰 타격을 입히지만, 이번에는 원만하게 극복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코메리카 은행의 수석 이코노미스트 빌 애덤스는 포춘과의 인터뷰에서 “이번 세기나 지난 세기에 경제가 이랬던 적은 없었다”며 “팬데믹과 대대적인 경기부양, 그리고 이제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의 여파 때문이다. 그 결과상충되는 현상들이 뒤섞여 나타나고 있다”고 말했다.
제2차 세계 대전 이후 모든 장기 침체는 실업률의 폭등을 동반해왔다. 그러나 현재 일자리 창출 통계는 아직까지 견고한 수준이다. 때문에 세계 최대의 경제 강국인 미국이 불황을 피할 수 있을 것이라는 희망이 존재하기도 한다. 코메리카 은행의 이코노미스트 애덤스는 이 견해에 동의한다. 그는 올해 말 경기둔화를 전망하면서도 “미국 경제가 경기침체에 빠지지 않고 이를 극복할 가능성이 충분하다”고 강조한다.
포춘의 보도에 의하면 미국과 유럽의 경제학자들과 인터뷰를 하고, 월가의 분석 보고서 수십 건을 자세히 살펴 본 결과, 대부분 전문가들의 견해는 두 진영 중 한 곳에 속했다.
첫 번째 견해는 노동시장과 주택, 주식시장을 강타하는 파급효과로 인해 본격적인 경기침체를 겪는다는 비관론이다.
두 번째 의견은 중앙은행들이 인플레이션과 싸우기 위해 금리를 계속 인상하지만, 가까스로 경착륙은 피한다는 전망이다. 컬럼비아대 경영대학원 경제금융학 교수 로라 벨드캄프는 “후자가 바로 최적의 경제상황인 골디락스(Goldilocks) 시나리오”라고 말했다.
전국적으로 경기침체의 신호가 커지고 있는 상황에서 텍사스는 어떨까?
코로나19 팬데믹 기간 증가했던 기업과 개인의 텍사스로의 이주 행렬은 계속되고 있다. 삼성, 한화 등 한국의 대기업들까지도 텍사스 주에 진출하고 있고, 특히 금융업계의 진출 및 확장이 최근 들어 눈에 띄는 현상이다.
지역 은행들간의 인수·합병(M&A)은 물론이고 대형 은행의 본사 이전까지 논의되는 상황이다 보니 텍사스주에서 금융업계 춘추전국시대가 나타나고 있다.
마켓워치에 따르면 텍사스주 휴스턴에 본사가 있는 프로스페리티 뱅크쉐어는 최근 지역 은행 두 곳을 인수했다. 론스타 스테이트 뱅크쉐어와 퍼스트 뱅크쉐어 두 곳을 사들인 것인데 총액 5억7,000만 달러의 빅딜이었다. 1983년 출범한 프로스페리티 뱅크쉐어는 자산 374억 달러의 중대형 은행으로 이번 M&A를 통해 자산을 408억 달러로 키우고 지점수도 297개로 확장했다. 프로스페리티 뱅크쉐어는 팬데믹 이전에도 텍사스 로컬 뱅크인 레가시 텍사스 파이낸셜그룹을 인수하는 등 M&A 전략을 연속해서 쓰고 있는 상황이다.
텍사스의 금융 산업의 역동적인 변화는 인수·합병 뿐만이 아니다. 주류 은행들 가운데 자산 규모에서 체이스, 뱅크오브아메리카, 시티에 이어 전국 4위인 웰스파고가 샌프란시스코에 있는 본사를 텍사스주 달라스로 옮길 계획을 추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같은 계획은 지역 경제가 급성장하고 있는 텍사스의 기업금융 수요를 흡수하기 위한 전략이라는 설명이다. 금융업계 탑4 은행인 웰스파고가 본사를 텍사스로 옮기면 지역 은행들의 사업 환경에 막대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이렇게 텍사스에서 금융업계 춘추전국시대가 벌어지고 있는 것은 지역 경제의 급격한 성장 때문이다. 금융업에 앞서 테슬라, 캐터필라, 오라클, 휴렛펙커드 등 다양한 분야의 대기업들이 저렴한 토지와 풍부한 인력을 기반으로 한 본사 이전을 단행하면서 텍사스는 미국 50개 주 가운데 가장 높은 수준의 일자리 상승률을 기록하고 있다.
텍사스를 신성장 동력으로 보고 집중하고 있는 한인 은행들도 지역 내 금융환경 변화에 주목하고 있다. 삼성전자를 필두로 한 한국 기업들의 진출에 신규 비즈니스 기회를 본 캘리포니아의 6개 한인 은행들은 텍사스에만 현재 20곳 이상의 지점·LPO 등을 운영 중이다. 한 은행권 전문가는 “최근 경기 침체 국면에도 불구하고 텍사스는 지역 경제 발전과 인구 유입에 대출 수요가 성장할 가능성이 높다”며 “한인은행들은 물론 주류 금융기관들까지 경쟁은 더 치열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편 Texas Work Commission(TWC)가 발표한 텍사스주의 9월 실업율은 4%였고, 8월에 비해 2배 이상 늘어난 4만개의 일자리를 추가해 전국에서 가장 탄탄한 일자리시장 중 하나임을 다시 한번 입증했다.
그렉 애봇 텍사스 주지사는 텍사스는 기회의 땅임을 역설했고, TWC의 줄리안 알바레즈 커미셔너는 그어느 때보다 많은 사람들이 텍사스에서 일자리를 갖고 있다면서 이는 펜실베니아의 모든 거주민 숫자보다 많은 사람들이 텍사스에서 일하고 있는 거라면서 텍사스의 견고한 노동시장에 대해서 강조했다.
비콘 이코노믹스(Beacon Economics)의 타너 오스만 리서치 매니저는 “경기침체에 대한 전망이 계속됨에도 불구하고 텍사스 노동시장은 올해 미국 경제를 큰 폭으로 능가하는 강점과 회복력을 계속 보여주고 있다”고 전했다.
전국적인 경기침체 속에서도 텍사스의 상황은 특별하며 회복 탄력성이 높을 수 있다는 희망에 한표를 던지지만, 어쨋든 고금리 시대는 시작됐다.
급격하게 변화된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면서 적어도 앞으로 12개월은 안전벨트를 단단히 매고 경제의 흐름을 주목해야 할 것이다.
머니트렌드 편집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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