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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 경제전망] R의 공포 다가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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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40여 년 만의 최악의 인플레이션을 막기 위해 6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 후 1994년 이래 가장 큰 폭의 기준금리 인상을 단행했다. 6월 15일 연준은 이틀 간의 FOMC 정례회의 뒤 낸 성명에서 기준금리를 0.75%포인트 인상한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기준 금리는 종전 0.75~1%에서 1.5~1.75%로 큰 폭으로 올랐다. 5월까지도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이 ‘자이언트스텝’을 고려하지 않고 있다고 언급하는 등 금리를 한 번에 0.75%포인트 올릴 가능성을 배제해 오다가 갑작스레 방향을 튼 데는 6월 FOMC회의 직전에 발표된 5월 소비자물가지수(CPI)가 영향을 미쳤다.
4월 상승률(8.3%)이 3월(8.5%)에 비해 소폭 감소하며 인플레이션 완화에 대한 기대감을 줬던 CPI가 5월에 다시 상승(8.6%)하며 물가 상승이 지속되리라는 전망이 굳어졌다.
파월 의장은 7월로 예정된 다음 FOMC회의에서 추가로 0.5%포인트~0.75%포인트 금리인상을 고려할 수 있다며 두 차례 연속 0.75%포인트 인상 가능성도 열어뒀다.
연준이 제시한 전망치를 보면 연준 위원들이 예상하는 올해 말 기준금리의 중간값은 3.4%로 지난 3월 회의 때 제시한 값(1.9%)보다 1.5%포인트나 뛰었다. 이는 두 달 전에 비해 금리인상 속도가 확연히 빨라질 것이라는 전망을 제시한 것이다.
금리인상 가속화가 현실화되면서 시장의 관심은 이 조치가 급격한 경기침체를 유발할지, 아니면 연준의 희망대로 연착륙이 가능할지에 쏠린다.
기준금리가 오르면 모기지 금리, 자동차 할부 금리등 시중 대출금리도 올라 가계 및 기업의 차입비용이 증가하고 이로 인해 소비와 투자가 위축되며 경기가 둔화될 수 있다.
이미 경기가 냉각되리라는 전망 자체는 기정사실이 됐다. 연준이 6월에 내놓은 전망치를 보면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전망은 내렸고 실업률 전망은 올랐다. 연준은 올해와 내년 미국의 GDP 성장률을 각 1.7%로 전망했는데, 이는 지난 3월 전망치(각 2.8%, 2.2%) 비해 하락한 것이다.
연말 실업률 전망치(3.7%)도 3월(3.5%)에 비해 올렸고 2024년 전망치는 4.1%까지 끌어 올렸다. 5월 기준 미국의 실업률은 3.6%로 낮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연준은 전망치에서 내년에 금리가 3.8%까지 올랐다가 2024년에 3.4%로 내릴 것으로 제시했는데, 이는 연준이 향후 경기가 둔화될 것으로 예상하고 추후 다시 금리를 인하할 필요성이 있다고 보고 있음을 시사한다.
연준의 ‘자이언트 스텝(Giant Step)’ 단행 후
경제매체 CNBC는 전문가들을 인용해 미국의 경제침체가 임박했다고 진단했다.
이미 경제 성장이 둔화한 상황에서 연준의 급격한 금리 인상은 침체를 가속화할 것이라는 전망도 내놨다.
마이클 요시카미 데스티네이션 자산관리사 최고경영자(CEO)는 “주택 시장에선 모기지 금리가 6% 가깝게 치솟았고, 소비자들은 이미 시장에서 후퇴하고 있다”며 “다음 분기(3분기) 경제침체가 사실상 확실해 보인다”고 분석했다. 심각한 인플레이션 탓에 미국 소비·투자 심리가 위축되고 있다는 증거는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다. 5월 미국의 소매판매지수는 전월보다 0.3% 감소하며 5개월 만에 마이너스로 돌아섰고, 미시간대학 소비자심리지수는 6월 예비치가 사상 최저치로 추락했다. 뉴욕 증시도 폭락장을 보이면서 흔들리고 있다.
5월 미국 주택 착공건수도 전월 대비 14.4% 감소했다. 코로나19 팬데믹으로 활기를 띠었던 주택 시장도 모기지 금리가 하루가 다르게 인상됨에 따라 위축 조짐을 보인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집 구매를 고려하는 사람이라면, 인플레이션과 모기지 금리가 낮아질 때까지 기다리는 게 나을 것”이라며 경고 메시지까지 보냈다.
연준의 정책 오판
세계은행(WB)도 ‘세계 경제 전망’ 보고서를 통해 스태그플레이션 위기를 경고하고, 올해 세계 경제 성장률 전망치를 4.1%(1월 전망치)에서 2.9%로 낮춘 바 있다. 데이비드 맬패스 세계은행 총재는 “우크라이나 전쟁, 중국 봉쇄, 공급망 붕괴 등의 위협이 세계 경제 성장을 망치고 있다”며 “많은 국가에서 경기 침체를 피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경고했다. 하지만 연준은 이에 동의하지 않았다.
파월 의장은 심지어 자이언트스텝을 밟은 6월 15일에도 “광범위한 경기 둔화 신호는 없다”고 밝혔다. 하지만 전반적인 경제지표는 파월의 판단과는 다른 방향을 가리키고 있다. 폼 포셀리 RBC 캐피탈마켓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CNBC에 “경기 둔화의 증거가 눈에 띄게 증가하고 있는데 파월 의장의 발언은 이런 지표들과 일치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연준의 시장 판단이 틀렸다는 비판이다. 폴리티코는 “연준의 빛나던 명성이 시험대에 올랐다”고 평가했다.
파월과 연준의 판단 미스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2020년 물가 급등에 대한 전문가들의 우려가 잇따랐지만, 연준은 ‘일시적’이란 입장을 고수하며 제대로 된 대응을 하지 않아 실패했다는 비판에 직면해 있다.
이런 상황에서 파월의 잦은 말 바꾸기도 시장 신뢰를 떨어뜨리고 있다. 파월 의장은 5월 FOMC에서 “0.75%포인트 인상은 고려하고 있지 않다”고 언급했지만 한 달 뒤 열린 회의에서 자이언트스텝을 밟았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2월에는 “경기 침체 가능성이 크지 않다”고 평가했으나 얼마 안 가서 이런 입장에도 변화를 내비쳤다. 경제 상황이 바뀔 수는 있지만, 결과적으로 ‘세계 경제 대통령’으로 불리는 연준 의장의 판단에 대한 의구심이 커져가는 게 문제다.
한스미켈슨 웰스파고 신용전략가는 “5월 FOMC 회의 당시에도 0.75%포인트 금리 인상은 고려 중이 아니라고 말한 파월 의장의 발언에 시장은 3% 상승했고, 이후 라파엘 보스틱 애틀랜타 연방준비은행 총재가 9월 금리 인상 중단 가능성을 언급하자 시장은 또 다시 올랐다”며 “연준의 논평은 시장에 불필요한 변동성만 불러 일으켰고, 신뢰의 상실을 초래했다”고 지적했다.
연준의 신뢰 상실은 그 자체로 세계 경제에 중대한 위험요인이 된다. 특히 40여년 만에 수면 위로 떠오른 스태그플레이션 대처에 큰 혼란을 야기할 수 있다. 어느 때보다 연준의 리더십이 필요한 시점인데, 되레 시장의 불안감만 키우고 있는 것이다.
크리스토퍼 럽키 포워드본드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워싱턴포스트(WP)에 “한 번 신뢰를 잃은 후에는 신뢰를 회복하기가 매우 어렵다”며 “연준은 인플레이션을 억제할 수 있다고 생각하고 있지만, 연준이 경제를 절벽으로 보낼 정도로 금리를 올려도 물가 상승률이 낮아질지 불분명하다”고 우려했다. LPL파이낸셜의퀸시 크로스비 수석 전략가도 “시장이 걱정하는 것은, 심지어 경기 침체에 이르기도 전에 연준이 무언가를 망가뜨릴 정책 실수를 저지르는 것”이라고 말했다.
인플레이션의 근본 원인 외면하는 연준
인플레이션의 근본적인 원인은 공급망 문제로 인해 수요에 비해 공급이 현저하게 부족한 것에 있다. 물건을 사려고 해도 재고가 부족해 가격이 오를 수 밖에 없는 것이다.
반도체 생산 부족으로 자동차 재고가 턱없이 부족하고 중국의 봉쇄 정책으로 물류 길이 막혔고 우크라이나와 러시아의 전쟁으로 공급이 부족해지자 가스와 식량 가격이 천정부지로 오르고 있는 것이다.
여기에 연준의 말바꾸기와 바이든 정부의 대책 미흡은 국민들의 경기 침체에 대한 불안감을 가중시키고 시장을 더욱 혼란에 빠지게 하고 있다.
통화정책으로 해소될 수 없는 인플레이션 상황을 금리를 올려서 타개하고자 하는 것은 매우 제한적이며, 근원적인 문제를 외면한 채 보여주기식 정책을 펼치는 것으로 밖에는 볼 수 없다. 급격한 금리인상으로 인플레이션을 잡는 것은 수요를 억제해 물가를 잡겠다는 것이며 이는 경기침체를 불러올 가능성이 높다.
인플레이션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공급망 문제를 해결해 수요와 공급의 균형을 맞추어야 한다. 워싱턴포스트(WP)는 연준이 금리인상을 통해 “전쟁을 끝낼 수도, 반도체 공급 부족을 해결할 수도 없으며 식료품 가격과 가스비 인상 등 인플레이션에 관한 사람들의 불안을 잠재울 수 없다”고 짚었다.
한편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연준 자료를 인용한 보도에서 “심각한 인플레이션에 대처하기 위해서는 올해 안에 금리를 4~7%로 올려야 한다”고 분석했다.
연준 점도표에 따른 연말 기준금리 전망치는 3.25~3.50%로, 전망치의 최대 두배 수준 급격한 인상이 필요하다는 얘기가 된다.
WSJ의 분석대로 이행되지 않더라도 연준의 기조가 물가 안정에 있는 만큼, 금리인상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미 달러의 국제적 역할’이라는 주제의 콘퍼런스에서 “동료들과 나는 우리의 2% 목표로 인플레이션을 되돌리는 데 매우 집중하고 있다”며 인플레이션 관리 의지를 분명히 했다. 파월은 여전히 경기침체의 우려는 외면하면서 인플레이션이 급격한 금리인상으로 해결될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정부의 대책은?
경기침체 우려가 곳곳에서 나타나자 조 바이든 대통령은 직접 나서 경기침체를 피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우리는 세계 어느 나라보다도 인플레이션을 극복할 수 있는 유리한 위치에 있다”며 “경기침체는 불가피하지 않다”라고 자신했다. 팬데믹 이전 수준을 회복한 실업률과 높은 성장세를 근거로 들었다. 파월 의장도 경기침체를 유발하지 않고 물가를 끌어내리는 ‘연착륙(소프트 랜딩)’을 달성할 수 있다고 낙관했다.
하지만, 대통령의 말 한마디나 연준 의장의 말 한마디가 더 이상 국민들에게 희망을 줄 수도 해결책을 줄 수도 없다. 현 상황을 외면하는 낙관적인 말은 오히려 무능력을 보여줄 뿐이다.
조 바이든 행정부는 시민들이 치솟는 가스비와 식료품 비 등 고물가에 고생하고 경기침체의 불안에 시달리는 것을 해결하기 위한 실효적인 정책울 내놓아야 한다. 민심은 이미 조 바이든 대통령의 지지율 조사에서 나타났다.
야후 뉴스와 여론조사기관인 유고브가 6월 중순 성인 1541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차기 가상 대선 설문조사 결과 42%가 바이든 대통령을, 44%가 트럼프 전 대통령에게 투표할 것이라고 답했다. 이번 조사에서는 절반이 넘는 56%가 바이든 대통령의 직무 수행 성과에 대해 ‘부정적’이라고 답했다. ‘긍정적’이라는 응답 비율은 39%에 그쳤다. 긍정적 답변은 3주 전 조사보다 3%포인트 하락한 것이다.
특히 응답자의 61%는 바이든 대통령의 경제 정책 및 운용 방식을 지지하지 않는 걸로 드러났다. 이 역시 3주 전 수치인 58%보다 낮아졌다.
머니트렌드 편집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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