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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씽아나의 씽씽정보] 애정이란 이름의 지배 ‘가스라이팅’ /여기저기서 잘못 쓰이는 말 ‘이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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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정이란 이름의 지배 ‘가스라이팅’
요즘 데이트 폭력과 관련해서 자주 등장하는 단어가 바로 ‘가스라이팅(Gaslighting)’이다. 심지어 한국의 모 유명 연예인도 연인으로부터 가스라이팅을 당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한국 사람들 사이에 ‘가스라이팅’이라는 단어가 각인되기 시작했다.
‘가스라이팅’은 심리 조작을 통해 타인의 마음에 스스로에 대한 의심을 불러일으키고, 현실감과 판단력을 잃게 만듦으로써 그 사람에게 강력한 지배력을 행사하는 정신적 학대를 말한다.
쉽게 말해 사랑이나 관심이라는 이유로 상대방을 조련해서 노예로 만든 다음 그 사람의 행동과 마음을 조종하는 것인데, 연인 관계나 가정, 학교, 직장, 군대, 등 어디에서든 발생할 수 있다.
‘가스라이팅’이란 명칭은 원래 패트릭 해밀턴(Patrick Hamilton)의 연극을 원작으로 한 1944년 영화 ‘가스등(Gas Light)’에서 유래했다. 아내의 재산을 노리고 결혼한 남편이 온갖 속임수와 거짓말로 멀쩡한 아내를 정신병자로 만드는 내용인데, 남편은 집안의 가스등을 일부러 희미하게 해놓고 아내가 어둡다고 할 때마다 “당신이 잘못 본 것이다” 또는 “왜 엉뚱한 소리를 하느냐”고 계속 핀잔을 준다.
또 주변 환경과 소리까지 교묘히 조작해 피해자가 갈수록 스스로를 믿지 못하고 자책하며 가해자에게 의지하게 만든다. ‘가스등 효과(Gaslight Effect)’라는 심리학 용어도 여기에서 유래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심리 전문가들에 따르면, ‘가스라이팅’은 부모-자녀, 상사-부하 등 수평관계보다는 수직관계의 불균형한 권력 상황에서 나타나기 쉬운데, 부부나 연인, 친구관계에서도 권력 불균형이 생기면 나타나기도 한다. 가해자는 상대방을 비난하면서도 “나니까 너를 받아준다”며 피해자를 길들이는 반면, 피해자는 가해자에게 인정받고자 하는 구도가 된다는 것이다.
친밀한 사람으로부터 심리적 가학행위에 지속적으로 노출되면 자신도 모르게 “내가 정말 그렇게 형편없는 사람인가”라고 생각하고 가해자에게 맞추려 애를 쓰게 되는 것이 전형적인 유형이다.
무엇보다 피해자들은 가해자가 자신을 사랑하기 때문에, 걱정하기 때문에 그런 행동을 하는 것으로 세뇌된 나머지 자신이 피해자라는 사실조차 인정하지 않아서 스스로 도움을 청하지도 못하는 상태에 놓인다.
그렇다면 어떤 사람들이 주로 가스라이팅의 표적이 될까? 한 심리 전문가는 “상대방의 인정과 사랑을 받으려는 욕구가 강한 경우, 본인의 의견보다 상대방의 결정에 주로 의지하려는 의존적 성격 특징을 가진 경우가 대표적”이라며 “이런 사람들은 자존감이 낮아 상대방의 의견에 대해 본인의 생각을 당당히 주장하기 어려워한다”고 설명했다.
만약 상대방의 언행이 의심되고, 상대방과의 대화가 불리하게만 돌아간다면, 과감히 대화를 중지하고 돌아서서 시간을 두고 객관적으로 판단해야 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조언이다.
한편, 꽤 많은 사람들이 자신도 모르는 사이 다른 사람을 가스라이팅 하고 있다는 조사도 있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누군가에게 충고나 조언을 하기 전에, 나는 과연 상대방 의견을 존중하고 경청했는지 자신을 객관적으로 판단하는 것이 가스라이팅을 경계하는 방법”이라고 조언한다.
여기저기서 잘못 쓰이는 말 ‘이루다’
최근 우리말을 들어보면 아무 데서나 ‘이루다’ 또는 ‘이뤄졌다’는 표현을 쓰는 걸 아주 쉽게 들을 수 있다.
신문과 방송뿐 아니라 일반 대화에서도 ‘이루다’는 말이 여기저기서 튀어나와 듣기 거북할 때가 한두 번이 아니다.
‘이루다’는 ‘어떤 것을 간절히 원하여 뜻대로 되다’는 의미를 담고 있는 말이다.
그런데 이것을 부정적인 표현뿐만 아니라 전혀 문맥에 맞지 않게 마구잡이로 사용하는 경우가 너무나 많다.
심지어 “바이러스 감염이 이뤄졌다” 또는 “가혹한 고문이 이뤄졌다”, “임금 삭감이 이뤄졌다”, “단체 해고가 이뤄졌다” 등 ‘이루다’가 잘못 쓰이는 사례는 넘쳐난다.
‘이루다’가 바르게 쓰였는지 알아보려면 수동형을 능동형으로 바꿔보면 된다.
앞의 문장들을 능동형으로 바꾸면 “감염을 이루다”, “고문을 이루다”, “단체 해고를 이루다”가 되는데, 여기서 과연 ‘이루다’가 본래의 뜻인 ‘간절히 원하여 뜻대로 되다’의 의미로 쓰였을까?
‘이루다’는 “통일을 이루다”, “소원을 이루다”, “꿈이 이뤄지다” 등 어떤 긍정적인 염원이 그대로 성취되는 것을 의미할 때만 써야 한다.
한편 ‘우리말의 극단적 선택’의 저자 ‘영감’은 ‘엉터리 말이 이루어지다’라는 글에서 우리말 ‘이루다’의 오남용 사례를 지적했다.
이 글에서 저자는 최근 언론이 목적의 실현과는 거리가 먼 범죄행위에까지 ‘이뤄졌다’는 수동형을 만들어 엉터리 문장을 구성하고 있다고 비판하고 있다.
예를 들어 “막말과 고성을 이루다”는 그냥 “막말을 하고 고성을 지르다”라고 쓰면 될 것을 굳이 ‘이루다’를 붙여 문법에도 맞지 않는 엉터리 한국어를 만드는 것이다.
이런 문제를 만들지 않으려면 ‘이루다’를 여기저기 쓰는 대신, 상황에 맞는 적절한 동사로 풀어쓰면 된다. “바이러스 감염이 이뤄졌다”는 “바이러스에 감염됐다”, “혹독한 고문이 이뤄졌다”는 “혹독한 고문이 있었다”, “임금삭감이 이뤄졌다”는 “임금이 삭감됐다” 등으로 상황에 맞는 동사를 쓰는 것이 훨씬 자연스럽고 문법에도 맞는 표현이다.
“한국어의 핵심은 동사”라는 말이 있듯이, 우리말에는 다른 어떤 언어보다 동사가 다양하고 그 쓰임에 따라 여러 형태로 변형되기도 한다.
그 수많은 동사들을 두고 명사만 나열하다가 마지막에 ‘이뤄졌다’는 말 하나로 마무리 지으려는 게으름이 우리의 말과 글을 망치고 있다.
‘이루다’의 올바른 의미와 사용을 알게 되면, 최근 언론에서 얼마큼 이 말을 잘못 쓰고 있는지 저절로 들리게 될 것이다.
아름다운 우리말 ‘이루다’는 “계획했던 것이 모두 이뤄졌다” 또는 “모두가 한뜻을 이뤘다”처럼 긍정적인 상황에서 ‘성취되다’와 비슷한 의미로 쓰인다는 것을 기억하자.
말을 잘 하는 사람들을 보면 여러 가지 동사를 적재적소에 사용하는 특징이 있다.
말을 하다가, 글을 쓰다가 막힌다고 무조건 ‘이뤄졌다’를 붙일 것이 아니라 ‘이 상황에는 어떤 동사가 좋을까’ 하고 한 번 고민하고, 또 생각해 보는 것이 나의 말과 글의 품격을 높이는 방법이다.
소피아 씽 (Sophia Tse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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