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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씽아나의 씽씽정보]범죄자의 권리 ‘미란다 원칙’ / 한국은 ‘휴전’ 상황인가‘ 정전’ 상태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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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죄자의 권리 ‘미란다 원칙’
“당신은 묵비권을 행사할 수 있으며, 당신이 한 발언은 법정에서 불리하게 사용될 수 있습니다. 당신은 변호인을 선임할 수 있으며, 질문을 받을 때 변호인에게 대신 발언하게 할 수 있습니다. 변호인을 선임하지 못할 경우, 국선 변호인이 선임될 것입니다. 이 권리가 있음을 인지했습니까?”
법 집행인이 범인을 체포할 때 쓰는 바로 그 문장이다. 이를 ‘미란다의 원칙’, 영어로는 ‘Miranda Warning’ 또는 ‘Miranda Rights’라고 하는데, 경찰이나 검찰이 범죄 피의자를 체포할 때 혐의사실의 요지와 체포이유, 변호인을 선임할 수 있는 권리, 진술을 거부할 수 있는 권리 등이 있음을 미리 알려줘야 한다는 법률원칙이다.
이 원칙은 1963년 3월의 한 사건에서 비롯됐다. 당시 애리조나 주 피닉스 시 경찰은 멕시코계 미국인 에르네스토 미란다(Ernesto Miranda)를 납치 및 강간혐의로 체포했다. 변호사도 선임하지 않은 채 2명의 경찰관에게 조사를 받으면서 처음에는 무죄를 주장하다 약 2시간 동안 신문 후 범행을 인정하는 구두자백과 자백진술서를 제출했다.
그런데 재판이 시작되자 미란다는 자백을 번복했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애리조나 주 법원은 그에게 중형을 선고했다.
미란다는 주 대법원에 상고했지만 역시 무죄가 인정되지 않자 ‘미국 수정헌법’ 제5조와 제6조를 근거로 연방 대법원에 상고, 연방 대법원은 미란다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이유는 미란다가 진술거부권과 변호인 선임권 같은 권리를 고지받지 못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이 미란다 판결은 선고 당일부터 엄청난 논란이 됐었는데, 경찰과 검찰은 앞으로 수사가 불가능해질 것이고 흉악범들이 처벌받지 않고 풀려날 것이라는 비관적인 전망을 했다. 변호인으로부터 진술을 거부하라는 충고를 들은 범인을 어떻게 조사하겠느냐는 것이 그들의 주장이었다.
하지만 역사는 이러한 주장이 기우에 불과했음을 보여줬다. 연방 대법원의 판결 이후 미란다는 목격자의 진술을 근거로 피닉스 시 검찰에 의해 다시 기소됐고, 결국 징역 10년형을 선고받으며 법의 심판을 받았다. 이는 피의자의 권리를 보장한다고 해서 범인들이 활보하거나 법질서가 어지러워지지 않는다는 것을 보여주는 좋은 예로 평가받고 있다.
미국 뿐 아니라 한국을 비롯한 대부분의 나라에는 이와 동등한 원칙이 존재하는데, 북한에는 없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또 만약 국가 공권력이 아닌 일반 시민이 범인을 체포하는 경우에는 미란다 원칙을 고지할 필요가 없다고 한다.
한국은 ‘휴전’ 상황인가‘ 정전’ 상태인가
한국전쟁 또는 6·25 전쟁은 1950년 6월 25일 발발해 3년 남짓 이어진 전쟁이다.
1953년 7월 27일 휴전협정이 체결되면서 남북 모두 서로를 향해 겨눴던 총을 내려놓았다. 그리고 수십년이 지나도록 한국은 ‘휴전’이라는 단어를 써왔는데, 최근 들어 이 ‘휴전’과 ‘정전’이라는 단어 사이에서 어떤 것이 더 적합한가를 놓고 의견이 갈리고 있다.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휴전’은 의심의 여지가 없이 사용되던 단어였다. 남북으로 비무장지대를 둔 군사분계선을 ‘휴전선’이라고 하지 ‘정전선’이라고 하지는 않는 것처럼 말이다.
그런데 최근 들어 ‘휴전’이 아니라 ‘정전’이라는 말을 부쩍 많이 쓰는 것이 눈에 띈다. 한국 정부 역시 언제부터인가 ‘휴전’이라는 말은 슬그머니 빼고 ‘정전’이라는 단어를 공식적으로 쓰고 있다.
‘정전(停戰)’과 ‘휴전(休戰)’은 과거에 혼동돼서 많이 사용된 개념이라 뜻이 거의 같다고 알려져 있지만, 명확히 구분하면 큰 차이가 있다.
우선 ‘정전’은 전쟁 중인 나라들이 서로 합의해 일시적으로 전투를 중단하는 것으로, 교전 당사국이 정치적 합의를 이룰 수 없어 국제적 기관이 개입하는 경우가 일반적이다. 그런가 하면 ‘휴전’의 경우 전투행위는 잠시 멈추지만 전쟁은 계속되는 상태를 뜻한다.
단순히 글자의 의미로 생각해 볼 때에도 ‘휴(休)’는 ‘쉬다’는 뜻이고, ‘정(停)’은 ‘멈추다’는 뜻인 것처럼 말이다. 그렇다면 한국은 둘 중 어디에 해당할까?
사실 이 두 단어가 혼용된 것은 당시 전쟁 끝무렵부터였다고 한다.
휴전 또는 정전협정의 영문본에는 ‘Armistice’로 기재돼 있는데, 중국어판에는 이것이 ‘정전’, 북한 측 한국어판에도 ‘정전’이라 기록됐다고 한다. 그런데 한국 측의 협정문 번역본만 이 단어를 ‘휴전’이라고 쓴 것이다.
과연 한국은 아직까지도 전쟁을 잠시 쉬고 있는 상태일까? 마치 링 위의 권투선수들처럼, 격렬하게 다투다 ‘땡’ 하고 종이 치면 의자에서 잠시 쉬다가 다시 종이 치면 또 서로를 공격하는 그런 상황인 것인지를 먼저 따져봐야 ‘휴전’인지 ‘정전’인지를 판단할 수 있을 듯 하다.
사실 그 둘 보다 가장 좋은 것은 ‘종전’이라고 한다. ‘종전’은 말 그대로 전쟁의 완전한 종식, 즉 전쟁이 끝나는 것을 뜻한다.
종전이 선언된다면 1953년 체결된 휴전협정 또는 정전협정 이후 수십년 동안 이어져 온 남북간의 애매한 상태 역시 종식되기 때문이다.
소피아 씽 (Sophia Tse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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